美 압박 강화에 中도 "양보 없다"
합의 못했지만 추가협상은 계속..시장은 "관세 일상화되나" 불안
【 서울·베이징=송경재 기자 조창원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을 나흘 앞두고 '관세 25%로 인상' 카드를 꺼낸 뒤 이를 실행에 옮겼고, 중국은 류허 부총리를 이전 회담 때와 달리 시진핑 국가주석 특사 자격이 아닌 일반 협상대표로 보내 미국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도 협상 합의에 목말라할 것이라고 보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입맛에 맞지 않다면 관세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미·중 무역합의에 거는 기대감이 크지만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왔던 관세가 일상이 되는 보호주의 시대가 기정사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중, 양보 없는 버티기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마지막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둬 한달 내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써 양국은 '대화하는 동시에 싸우는' 협상의 '뉴노멀'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25% 관세면 중국 제품을 '견제'하는 데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미국은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발언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트럼프는 아직 관세가 매겨지지 않고 있는 나머지 중국제품 3250억달러어치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물리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상태다. 아울러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미 농민들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양국 무역협상이 기대와 달리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다음달 일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양측의 이견이 여전히 상당한 상태여서 실제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일례로 지식재산권 보호의 경우에도 중국은 국무원 특별지시로 이를 개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과거에도 국무원 지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중국은 무역협상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지만 미국 역시 겉으로 태연한 것과 달리 속으로는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내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역시 속으로는 무역합의에 목말라할 것이라고 판단해 이전 협상에서 내놨던 양보들을 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합의 걸림돌
중국이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합의 뒤에도 미국이 즉각 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협상 내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제품 2500억달러어치에 물리고 있는 관세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일관되게 강조해오고 있다. 대신 중국이 무역합의 약속을 잘 지키면 조금씩 이를 없애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10일 오후에도 트위터에서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관세들이) 사라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미국이 판단해 중국에 제재를 가하더라도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요구 역시 여전히 합의를 가로막는 주요쟁점 가운데 하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청리는 중국에 "이 협상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10일 관세인상에 대해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즉각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즉각 보복을 다짐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미 관세인상이 중국 경제에 어떤 충격을 몰고올지를 먼저 분석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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