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이혼에 상처받는 아이들… 사회가 보듬는 일 깊이 고민" [화제의 법조인]

오용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前 부장판사
17년간 정든 법복 벗고 새출발..법정밖에서도 아이들 선도 앞장
판사 설득하는 일에서 의미 찾아..한·중 법관 교류에 기여한 전문가
한국형 사법체계에 대한 고민도

"이혼에 상처받는 아이들… 사회가 보듬는 일 깊이 고민" [화제의 법조인]

"이제는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단을 받는 입장에서 판사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2월 법무법인 동인에 합류한 부장판사 출신 오용규 변호사(46·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19일 "사건 내용은 의뢰인이 제일 많이 알고 변호사는 그중 일부만 알고 판사는 그중 또 일부만 안다는 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간적 소통' 판사, 변호사 새출발

오 변호사는 서울대 사법학과 졸업 전인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법 판사·서울고법 판사·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 등 17년간 줄곧 판사로만 지내다 최근 동인의 파트너 변호사로 새 둥지를 틀었다.

정든 법복을 벗고 의뢰인들의 입장에 서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조력자로 법조인 삶의 2막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재판하면서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삶도 참 의미가 있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의뢰인들의 얘기를 잘 듣고 분석해 억울해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실제 오 변호사는 판사 시절부터 냉철하게 본류를 판단하는 이면에 인간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창원지법 소년부 부장판사 재직 당시 법정 밖에서도 잘못한 아이들을 자주 만나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도 했다. 한때 잘못된 길을 걸었던 A군과의 인연을 이어가던 중 A군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기 위해 선뜻 주례를 맡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오 변호사는 "가사 재판을 하면서 이혼 사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부모가 아니라 부모의 이혼에 의해 큰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이 방황해 비행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창원지법 소년부 판사 시절, 청소년회복센터에 있는 보호 소년들을 보고 청소년 회복센터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고 청소년 회복센터의 정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었다"고 회상했다.

이밖에 그는 판사 시절 △자녀의 어학연수비도 받을 경우 뇌물에 해당한다는 판결 △보복 운전을 해 대형사고를 일으킨 화물차 운전기사에 징역 6년을 선고하는 등 보복·난폭운전자들을 강력히 제재한 판결 △재건축업체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들에 대한 징역형 판결 등을 내려 주목받았다.

특히 오 변호사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법관 연수기관 간 교류·협력을 활발하게 이어나갈 수 있게 강의와 연구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온 중국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중국정법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판사 시절 한국과 중국 법원이나 법조인 간 교류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입학했고, 열심히 준비해 대학원 시험에 합격했다"며 "한국에 귀국했어도 여러 한중 학술교류 세미나 등에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석했고 논문을 쓰다 보니 중국법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재판 경험, 업무처리

오 변호사는 풍부한 재판 심리 경험을 바탕으로 동인에서 민·형사 등 여러 분야의 송무에 나서고 있다. 영업비밀 관련·주주대표소송 등 민감한 사건도 맡아 처리 중이다.
그는 "어떤 사건이든 똑같은 사건은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집중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법원에서 9년간 통일사법정책연구반 활동(연구반 반장 2년 포함)·남북 교류 관련 여러 집필 및 발표 등을 한 덕택에 향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의뢰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법정 안팎에서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명료한 대답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후 상당히 빠른 변화의 시기인데, 우리나라에 맞는 사법체계를 형성해야 할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때"라며 "그런 변화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계속 고민하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