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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나경원·오신환 '호프회동'…화기애애 속 신경전 예고

이인영·나경원·오신환 '호프회동'…화기애애 속 신경전 예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5.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인영·나경원·오신환 '호프회동'…화기애애 속 신경전 예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2019.5.16/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이인영·나경원·오신환 '호프회동'…화기애애 속 신경전 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9.5.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 원내대표 첫 호흡…패스트트랙·추경 등 쟁점
감정의 골 얼마나 매우냐가 관건…만남에 의의도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여야가 '호프'(hof)잔을 놓고 국회 정상화의 '희망'(hope)을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20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여의도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 '호프회동'을 갖고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이번 '호프회동'은 최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가 교체된 이후 처음으로 3당 원내대표들이 모이는 자리다. 서로에게 밥과 맥주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사된 만큼 세 원내대표들이 어떤 호흡을 보일지에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번 모임을 앞두고 세 원내대표들은 '강성' 이미지를 벗고 서로에게 대화의 손길을 내밀며 국회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과 함께 '협상가'로 변신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중 '막내'인 오신환 원내대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여기에 협상 테이블도 딱딱하고 경직된 국회를 벗어나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의 브런치 카페에 만들어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다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들이 다뤄야 할 주제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한국당의 '무조건'적인 국회 복귀를, 한국당은 민주당에게 복귀 '명분'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호프회동'의 대화 테이블에 올라갈 '안주'를 둘러싼 여야 이견도 여전히 크다. 우선 지난달 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에 대해 여야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한국당은 자신들을 '패싱'한 채 여야 4당이 강행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회법상 정당하게 진행된 만큼 철회나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교체에 따른 변화된 정국 지형도 변수로 꼽힌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에는 민주당과 '협업'했던 바른미래당이었지만, 패스트트랙 반대파였던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며 기조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자신이 국회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보임(상임위 교체)을 당한 채 처리된 공수처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법개혁을 위해 공수처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설득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추경(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도 뚜렷하다. 민주당은 포항지진과 강원산불, 미세먼지 등 재해대책 마련은 물론, 경기하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생명인 만큼, 이달 내 추경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재해·재난 추경만 처리하는 '분리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제안한 분리 추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안 부분은 임시국회 일정 논의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상설협의체의 국회 측 참석 인원을 여야 3당으로 할 건지, 5당으로 할 건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촉발된 여야 감정싸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다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잇단 막말 논란 등으로 여야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고소·고발 건부터, 나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여성 지지자 비하 발언 논란에 따른 윤리위 제소를 두고도 여야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이른바 '악수 논란'도 불거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호프회동'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까지 도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각자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첫 원내대표 회동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한 것은 맥주 호프(hof)가 아니라 희망 호프(hope) 미팅이 돼야 한다"면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민생과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일단 국회 정상화를 위한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3당 원내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상견례부터 시작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이번 회동의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회 정상화 방안을 적극 제시하고 유능한 조정자로 조율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