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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진인사 '트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럭비공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미·중 협상 막바지에도 그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중국을 방문했을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협상 타결 임박을 점쳤다. 그러나 트럼프의 트위터 한 방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방중단 보고를 받은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너무 오래 끌고 있다"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과는 노딜이었다. 협상 결렬을 선언한 트럼프는 예정돼 있던 오찬도 취소하고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회담이 열리기 전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며 폭풍 트윗을 올리던 트럼프는 귀국길에 단 한 줄의 트윗도 올리지 않았다. 큰 선물을 고대했던 북한으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진인사 트천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할 일을 다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추측한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한자성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어법상으론 '트천명'이 아니라 '대트명'이 맞지만 뭔들 어떠랴. 이 말의 출처는 최근 미국과 자동차 관세협상을 벌인 산업부 통상교섭본부다. 여기에는 최선을 다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결정을 연기해 놓았지만 막판에 트럼프가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숨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제럴드 사이브는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에는 3가지 목적이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협상을 진행하기 전 '떠보기' 수단으로 트윗을 이용하고, 특정 사안을 언급함으로써 이슈를 선점하려 하며, 끝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트위터를 활용한다고 봤다. 미국 CNBC 진행자 짐 크래머는 최근 "그의 변덕스러운 트윗이 시장을 망치고 있다"며 "트위터에서 손을 떼고 골프나 치러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