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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 어디까지… 미성년-성인 법적처벌 기준 애매

심리적으로 길들여진 피해자 성인이 되도 쉽게 거절 못해.. 사법기관서 특수성 인정해야
그루밍 대상 성인까지 넓히면 주체권·결정권 훼손할 우려.. 일반적 성범죄 적용할 수밖에

'그루밍 성범죄' 어디까지… 미성년-성인 법적처벌 기준 애매
게티이미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원강사의 '그루밍(Grooming) 성범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인 뒤 저지르는 성범죄를 말하며 보통 아동,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를 뜻한다.

검찰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던 시절의 범죄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성범죄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법률전문가는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그루밍 성범죄 특성상 성인이 된 이후 성범죄가 이뤄졌고, 이 같은 범죄특성을 수사기관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檢 미성년일때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

24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 4월 부천 한 재수학원 강사 A씨를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피해자가 법적 성인이 되기 이전에 벌어진 강제추행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성인이 된 이후 제기된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A씨의 제자였던 학원 수강생 B씨는 지난해 10월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학원 강사 A씨를 고소했다. B씨는 재수학원 수강생일 당시 일주일에 한 번 질문 시간마다 강사 A씨가 "사귀자, 결혼하자, 뽀뽀해줘" 라는 말을 하면서 피해자의 손을 잡고 허벅지를 꼬집는 등 수회에 걸쳐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사귀자는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응원 차원에서 손을 잡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사실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생님이 나에게도 스킨십을 했다'는 B씨 지인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토대로 "A씨가 B씨를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B씨가 법적 성인이 된 뒤 학원에 들렀다가 A씨를 다시 만나 가진 술자리에서 벌어진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B씨는 A씨가 계속된 만남과 수위 높은 스킨십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담임선생님도 아니었고 질문시간도 B씨가 A씨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상하관계나 위압적인 관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B씨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일 B씨는 A씨에게 '잘 들어왔다'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만났을 당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도움 많이 받아서 내칠수 없었어"

B씨는 본인이 그루밍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B씨는 "재수할 당시 절실한 상황이다 보니 강사에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원에서 가장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난 강사여서 질문하러 갔던 것이고, 학습이나 수험생활 면에서 상당히 도움을 많이 줘 (신체접촉이)계속됐는데도 쉽게 내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수사과정에서 B씨는 주변 친구들의 증언이 담긴 탄원서도 함께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B씨가 법적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 무혐의 처분 난 것과 관련해 그루밍 성폭력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그루밍의 대상을 성인까지 넓혀버리면 해당 성인의 주체권이나 결정권을 없다고 볼 여지도 생기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하지만 오래 전 길들여졌거나 처음부터 그루밍에서 시작된 관계였다면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먼저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은 충분히 생길 수 있어 앞뒤 상황을 적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