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최초의 고총고분에서 집모양토기 등 상형토기 4점 한꺼번에 출토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1600년 전 가야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보물급 유물들이 출토됐다. 사진은 아라가야 상형토기들이다./사진=경남도
【함안=오성택 기자】사적 제515호로 지정된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1600년 전 가야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보물급 유물들이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도와 함안군은 오는 29일 발굴현장과 함안박물관에서 이번 발굴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도는 함안군과 함께 지난 2월부터 말이산 고분군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북쪽지역 미정비구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는 말이산 고분군의 북쪽에 분포한 가야시대 덧널무덤과 돌덧널무덤 등 7기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45호분은 1986년 처음 발굴을 시도했으나, 당시 무덤의 흔적을 찾지 못해 그동안 가야고분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왔다.
계속된 논란 끝에 지난해 실시한 시굴조사에서 가야고분임이 최종 확인된데 이어, 올해 발굴조사에서 덧널(木槨)을 내부구조로 하는 봉토분임을 추가로 밝혀졌다.
봉분의 규모는 지름 20m 높이 1.8m로, 중심능선에 위치한 암반대(巖盤臺)를 원형으로 비스듬히 깎아 봉분의 가장자리를 조성하고 가운데를 파내 덧널을 배치했다. 덧널의 규모는 길이 6.7m 너비 2.7m로, 기존 발굴된 아라가야 덧널무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또 덧널 내부에서 보물급 유물들이 쏟아졌다. 무덤 주인공의 머리 위쪽 유물 부장공간에서 다수의 토기들과 함께 집모양토기·배모양토기·등잔모양토기·동물장식뿔잔 등 다양한 형태의 상형토기(象形土器) 4점이 한꺼번에 출토됐다. 지금까지 한 고분에서 이처럼 다양한 상형토기가 한꺼번에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집모양토기/사진=경남도
이 중 높이 19.6㎝의 집모양토기는 9개의 기둥 위에 건물을 올려놓은 고상(高床)가옥을 본떠 만들었다. 맞배지붕과 대들보·도리·서까래·빗장을 걸어 놓은 대문 등 한국 전통건축의 주요 부분을 자세하게 표현해 놓았으며, 지붕과 가옥 뒷면에 주둥이를 붙여 주전자(注子)로 사용했다.
배모양토기는 길이 23.6㎝로 가야시대 준구조선을 형상화해 유선형의 선체에 파도를 막는 판재를 앞뒤로 대었으며, 양 측판의 윗면에는 각 5개씩의 노걸이가 배치돼 있다. 배의 뒷부분인 고물부가 뚫려 있어 잔(盞)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무덤 주인공 주변에서는 투구와 큰 칼, 말 갑옷, 금동제 말갖춤(馬具) 등이 함께 출토됐다.
이주헌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은 “말이산 45호분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는 기존 알려진 집모양, 배모양, 등잔모양토기 등의 출토 맥락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고고자료”라며 문화재 지정을 권고했다.
하승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조사연구실장은 “가야문화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학술자료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조사된 말이산 45호분은 고분의 입지와 규모 및 출토유물 등으로 볼 때 4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조성된 아라가야 최고지배층의 무덤이자 최초의 고총고분으로, 가야고분의 점진적인 발전과정과 가야의 건축 및 조선 기술을 복원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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