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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탈세 잡던 '조사통'… 공정·형평 과세 적임자로 낙점

김현준 국세청장 발탁 배경은
조사국장·징세법무국장 거치며 文정부 조세정책 이해도 높아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국세청장에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승진 발탁한 것은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가진 데다 집권 중반 권력기관 쇄신에 적임자라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준 국세청장 내정자는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청 조사1국장·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징세법무국장 등 조직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조사통'이다.

조사업무를 담당할 때는 대기업, 대자산가 등 고의적·지능적 탈세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의 자리에선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세정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역시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경력은 문재인정부의 조세정책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조세정의 실현'을 목표로 국민성장을 위한 공정·형평 과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금융계좌신고제 확대, 상습·고액체납자 대응, 외국 과세당국과 정보공조 협력 등 탈루소득 과세는 강화하겠지만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서민에 대해선 근로장려금, 월세 세액공제를 비롯한 세제지원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국세공약 핵심이다. 또 국세행정의 투명화도 천명했다.

따라서 김 내정자가 걸어온 길 자체가 공약과 상통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지능적·악의적 탈세를 엄벌하고 서민 세제재원 강화는 정부의 방점 중 하나다.

김 내정자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다는 것도 발탁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3월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공직기강 감찰 및 인사검증을 맡았고 박근혜정부 출범 때인 2013년엔 청와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했다. 풍부한 청와대 경험이 문재인정부의 2기 국세청을 이끌어 가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 내정자는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소비세제과, 재산세제과, 근로소득지원세제추진기획단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국세의 집행뿐만 아니라 국세정책을 만드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다 거시적인 국세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청와대가 평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내정자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일처리에 깔끔하고 추진력도 남다르다는 게 주위 전언이다. 다른 한편으로 주위와 스스럼없는 친화력을 자랑하며 특히 외면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는 얘기를 듣는다.

국세청 내부에선 기수별 순리적인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내외부의 신뢰가 두텁고 후배들의 신임을 받고 있어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 내정자가 임명되면 2017년 6월 한승희 국세청장이 세무당국의 수장이 된 지 약 2년 만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김 내정자를 차기 국세청장에 호명하며 "소통 리더십으로 불공정 탈세 근절, 민생문제 해결 등 국세청의 산적한 과제 풀고 국세 행정의 신뢰를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장수'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한명이었던 조현옥 인사수석의 전격 교체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극도로 경색돼 있는 '대(對)야 관계' 개선을 위한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명일로부터 747일만에 물러나게 된 조 수석은 조국 민정수석과 함께 청와대 내 최장수 수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차를 맞아 '최장수 참모진' 교체를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야당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유화메시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3·8개각'을 비롯해 주요 인사 잡음 때마다 야권에서 조 수석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던 만큼 분위기 쇄신과 함께 야권에 대해 손을 내민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 수석이 같은 날 소회를 밝히며 "참 열심히 하느라고 했지만 여러분들의 눈높이에 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임 김외숙 인사수석 임명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현옥 수석은 "김외숙 신임 인사수석은 여성·아동 등 소외계층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해온 노동·인권 변호사로서 문재인정부 초대 법제처장으로 재직하며 차별적인 법령 개선 등 국민 중심의 법제 개선, 국정과제 법제화에 탁월한 업무성과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