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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노인대국 일본에선 중소기업 승계가 골칫거리로 떠오른 지 오래다. 기업 대표는 날로 늙어가는데, 후계자를 세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가 '경영자 개인보증제도'다.
일본에선 중소기업 사장이 기업 자금을 대출할 경우, 사장이 직접 개인보증을 서서 빌리는 경우가 전체 중기대출의 90%가까이 된다. 기업의 채무를 기업 대표가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승계시 부채가 그대로 따라오는 구조다. 기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섰다가 자칫하면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될 수 있어 기업승계를 하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기업승계를 거부한 사람의 약 60%가 그 이유로 개인보증제도를 꼽았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 중소기업이 빠르게 늙어간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 추계로는 2025년께면 7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 및 소규모 사업자 수는 약 245만명에 이른다. 이대로 간다면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약 127만명, 즉 127만개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
5월 31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소기업 후계자에 대한 '원칙적 무보증제도'를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소기업의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고, 경영자의 고령화로 폐업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일단은 재정상태가 일정한 수준에 달할 경우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시 개인보증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되, 재정상태가 현저히 나쁜 경우에 한 해 보증을 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개인 보증 관행을 해소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폐업이 늘어 결국 많은 일자리들을 잃게 될 것"이란 일본 중소기업청 간부의 말을 전했다.
도쿄도 나리타시 등 지자체들도 중소기업 승계 지원 컨설팅 업무에 착수하는 등 중소기업 후계자 찾기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채무불안요인을 걷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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