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선임기자
서울시 도시농업 2012∼2019..복지·외교의 장으로 변신
텃밭 면적 7년새 7배 가까이 커지고 '도시농부'도 63만3000명으로 증가
작물 가꾸고 수확하는 것 넘어..홀로 계신 어르신에 반려식물 보급
프랑스 베르사유 왕실채원에도 진출..140㎡에 봉선화·토종콩 등 재배
서울시, 양봉·곤충사육에도 팔걷어 "2022년까지 100개 공동체 지원"
서울시가 지난 2012년 도시농업 원년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내 도시텃밭은 200여㏊로 확대됐다. 서울의 도시농업은 원년 29㏊에서 현재 197.5㏊로 넓혀져 6.8배가 늘어났다. 또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 또한 당초 4만5000여명에서 무려 14배인 63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도시농업조례를 제정했고, 그 전담부서도 신설하는 등 제도적·조직적 기반을 갖췄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도시농부'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농업이 우리 삶 속에 자리한 것이다. 이처럼 도시농부는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는 제2의 직업인이다.
서울형 친환경텃밭 농장은 유치원, 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이 상추, 무, 들깨 등 각종 농작물을 직접 가꾸고 수확해 볼 수 있다. 서울에 있는 학교와 유치원이 서울텃밭을 신청하면 농사 짓는 일에 참가할 수 있다.
특히 도시농업은 복지를 감싸주고 있다. 또 해외 외교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도시농부들은 그들의 일터인 농장에서, 옥상에서, 집안 베란다에서 다양한 형태로 텃밭을 가꾸면서 회색 도심 속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이처럼 생명을 일구는 열기는 도시텃밭 조성, 교육, 반려식물 보급 등 다양한 서울시 정책과 사업의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도시텃밭, 축구장 244배 규모로 성장
서울에는 현재 학교, 아파트 베란다 등 여러 공간을 활용해 '서울형 도시텃밭'을 조성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도시농업 공간은 현재 축구장 244배 규모로 성장했다. 학교, 건물, 아파트 단지 등 어느 공간이든 가리지 않는다. 또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특히 서울시는 가족, 이웃이 함께 건강한 식재료를 가꿀 수 있는 도시농업공간을 시민의 욕구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보급시켰다.
먼저 서울시는 생활권에 도시텃밭을 집중 조성했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작물을 심고 재배해 수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올해 건물 옥상, 사회복지시설, 학교 내 텃밭 등 시내 205곳에 4만4636㎡ 규모의 '서울형 도시텃밭'도 조성했다.
특히 생활권 내에 방치된 공간 중 3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공간을 텃밭으로 가꿔나간다. 도시에서 방치되기 쉬운 건물 옥상, 사회복지시설은 물론 학교 등지가 텃밭조성 대상지다. 학교에 텃밭을 조성하면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키워보고 관찰하며 학습과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다둥이네 온 가족이 서울텃밭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반려식물을 홀몸어르신에게 보급
도시농업은 작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독거노인의 고독사, 우울증 등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올라 더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농업과 사회복지서비스가 접목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의 반려식물 보급사업은 고령화 사회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도시농업적 해법을 도입한 사례로 적은 비용과 수고로도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 정서적 안정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65세 이상 저소득 홀몸어르신 6000명에게 반려식물을 보급하고 있다. 여기에 원예치료사와 생활관리사가 동행, 해당 어르신을 찾아 식물 관리방법을 안내한다. 또 유선으로 수시 관리를 하는 등 어르신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고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세계를 경작하는 '서울텃밭'
프랑스 베르사유 왕실채원. 이곳은 도시농업이 서울의 농업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홍보대사이자, 외교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르사유 왕실채원에는 '서울텃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고 도시농업 가치확산과 친환경 농업교류를 위해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와 함께 조성한 공간이다. 베르사유 왕실채원 정원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곳 '서울텃밭'을 소개하는 안내 간판과 작물 표지판도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표기해 놓고 있다. 베르사유 왕실 채원은 330여년 전 루이 14세 때 조성돼 9ha 면적에 450여종의 과일과 채소, 꽃, 허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프랑스 고급 전문조경사 양성기관인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는 프랑스 고급 전문조경사를 양성한다.
프랑스에도 서울의 도시농업이 진출했다. 프랑스 베르사유 왕실채원의 서울텃밭(140㎡) 은 양국 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2016년부터 프랑스 국립조경학교가 봉선화, 토종콩, 배추, 무, 도라지 등 41종의 우리 농작물이 재배하고 있다.
베르사유의 서울텃밭은 2016년 개장 당시 60㎡ 규모로 조성됐지만 지금은 140㎡ 규모로 2배 이상 확대됐다. 현재 텃밭에는 봉선화, 허브류, 식용꽃 등이 수려한 색감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토종콩, 배추, 무, 도라지 등 41종의 한국 토종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베르사유 왕실채원의 서울텃밭'에서는 수확 때마다 한국의 맛과 멋을 알리는 '풍미축제'가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이제 프랑스 속 한국으로 자리잡은 '서울텃밭'은 한국의 문화가 확산되는 구심점이자 현지 동포들에게는 제2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주한 미국대사관 텃밭도 특색 있다. 이 텃밭은 덕수궁 등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아한 한국의 자태를 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저 안에 약 100평(330㎡) 규모로 올해 처음 문을 열었다. 한국과 미국의 변함없는 협력과 우호를 상징하고, 서울의 도시농업이 나날이 발전하고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가 담긴 텃밭이다.
한국의 대표적 토종 작물인 상추, 고추, 시금치, 가지, 단호박, 깻잎과 미국의 토종작물인 토마토, 스위트콘, 로메인상추, 땅콩, 양배추 등 양국을 대표하는 작물이 자란다. 이 텃밭은 평소 농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온 주한 미국대사 부인인 브루니 브래들리의 제안으로 일궈졌다. 텃밭은 인근 덕수초등학교와 미국의 드와이트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농사짓고 있다. 양국 학생들은 씨앗 뿌리기, 지주대 세우기 등 농업체험을 하고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피자, 채소전 등의 음식을 함께 만들어 환경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텃밭농사, 양봉 등 도시농업공동체 지원
서울시는 텃밭농사, 양봉, 곤충 사육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2022년까지 100개의 도시농업공동체를 지원한다. 올해는 50개 도시농업 공동체를 발굴해 현재 26개 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도시농업공동체는 △텃밭농사 △양봉 △곤충 사육 등이다.
서울에 거주하며 5가구 이상 참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농업활동을 하면 공동체 대표를 선정해 해당 자치구 도시농업담당부서에 도시농업공동체 등록을 하면 된다.
텃밭은 면적 100㎡ 이상이어야 하고 양봉은 꿀벌 1만~2만마리 기준해 5통 이상이고 곤충은 종류별로 500~1만5000마리 이상이어야 한다.
곤충의 경우 물방개류, 사슴벌레류, 하늘소류, 풍뎅이류, 나비류, 반딧불이류, 수서곤충류는 500마리 이상이다. 또 매미류, 꽃무지류, 노린재류, 메뚜기류, 여치류는 1000마리 이상이며 귀뚜라미류는 1만5000마리 이상이다.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시민 눈높이에 맞는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도시농업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시민과의 접점, 기회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