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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왜곡' 바로잡기보다 '여름 할인'에 초점

누진제 TF 3가지 방안 제시..최대 3000억원 요금부담 한전, 정부가 떠안아야
6월중 TF서 권고안 제출, 7월부터 주택용 누진제 개편 시행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왜곡' 바로잡기보다 '여름 할인'에 초점
3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김범석 기자

논란이 끊이질 않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7월부터 개편된다. 이에 앞서 3일 정부가 누진제 개편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에만 누진제 구간을 한시적으로 확대,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안이다. 3가지 방안은 전기요금 사용량이 따라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달라 어느 안을 선택하든 논란이 예상된다. 7~8월 폭염시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할인액 부담은 한국전력이 떠안고, 정부(기금)도 일부 부담키로 했다. 하지만 '여름철 요금 할인'에 우선한 누진제 개편으로 구조적으로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누진제 개편 3가지 카드 꺼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누진제 개편안 전문가 토론회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누진제 TF는 정부·한전·학계·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돼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이날 제시된 누진제 개편안은 세가지다. 1안은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확대한다. 2안은 여름철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한다.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해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한다. 누진제 개편에 따른 수혜자가 달라 큰 틀에서 예상가능한 방안을 모두 꺼내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각 대안별 장·단점을 따져보면, 1안은 최악의 폭염을 맞았던 지난해 여름철 한시할인 방식과 같다. 이를 매년 여름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누진구간을 100kWh를 확대한 1구간(200→300kWh)과 달리 2구간(301→450kWh)은 50kWh만 확대했다. 박종배 누진제 TF 위원장(건국대 교수)는 "450kWh 이상 전력 다사용가구에 할인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450kWh 이하 구간(1,2구간)의 대다수 국민들은 요금이 할인된다. 도시 거주 4인가구의 월평균 전력소비량인 350㎾h 수준이다. 지난해 사용량 기준 1629만가구가 7~8월 두달간 월 평균 할인액은 1만142원, 할인율은 15.8%였다.

2안은 여름철에만 누진제를 축소하는 것이다. 1구간(200kWh 이하), 2구간(201~400kWh)은 그대로 두고, 3구간(400kWh 초과)을 없애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할인금액(월 1만7864원)이 가장 큰 데 비해, 할인 적용 가구수(609만가구)는 가장 적다. 전력소비가 많은 3단계 구간 가구(400kWh 이상 사용)가 최대 수혜자다. 지난해 사용량 기준으로 보면, 609만 가구가 월 평균 전기요금 1만7864원, 17.2% 할인된다. 200~300kWh 사용 가구는 여름철에도 1안처럼 전기요금 할인을 받지못한다. 다만 200kWh 이상 사용자는 누진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없어진다.

3안은 누진제 완전 폐지다. kWh당 125.5원 단일 요금이다. 887만 가구가 월 9951원 수준(2018년 기준)의 요금을 할인받는다. 역시 전력 다소비 가구가 최대 수혜자다. 반면 전력사용량이 적은 1400만 가구(300kWh 이하 사용)는 요금이 월 4335원, 23.9% 인상된다.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역부족
이번에 어떤 안이 되더라도 전기요금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재원 부담 주체와 누진제 논란을 끝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여름철 요금할인 부담을 한전과 정부 재원 및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분담한다는 방침이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 과장은 "올해는 누진제 개편이 제도화하면 한전 요금약관 개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한전과 정부 분담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급증하는 정책비용이 부담스럽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한전이 영업손실(1·4분기 1조6299억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름철 요금할인액에 대한 추가 부담을 져야한다. 전기요금 복지할인 등에 들어가는 5500억원 정도의 비용은 정부의 복지재원, 에너지바우처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누진제 한시 완화 3600억원을 비롯해 정책비용이 6조원에 달했다.

누진제 폐지 논란도 3안이 아닌 이상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수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누진제가 지속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1, 2구간 사용자(70% 정도)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이 제도를 유지하는게 맞느냐.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부담한다는 원칙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3가지 대안을 내놓은 것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서 정부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전제 때문이다. 한전이 불합리하다고 제기한 '필수사용량보장공제(전기 200kwh 이하 가구에 월 4000원 인하)' 폐지는 이번 누진제 논의에서 제외됐다. 누진제를 대신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경부하 산업용 요금제 합리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늦어지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