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으로 오인해 방치하지 말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6월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 간은 전 세계적으로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HS)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지정된 ‘HS Awareness Week(화농성한선염 주간)’다. 이 기간 중에는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의 화농성 한선염과 관련한 환자 단체, 의료기관, 자선단체 등이 참여해 질환에 대한 정보를 확산하고 환자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HS Awareness Week(화농성한선염 주간)’를 맞이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한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에 대해 알아본다.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 피부 접히는 부위에 주로 발생
화농성 한선염은 피부 깊숙이 위치하는 붉은 염증성 결절과 종기, 이로 인한 흉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을 말한다. 서구에서는 전체 인구의 1~4%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우리나라에는 약 8,0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춘기 시기에 발병률이 높고 20대의 젊은 층에 많이 나타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 가량 더 많이 발생한다.
주된 증상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갈색이나 붉은색의 단단한 종기가 발생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농양이 형성되면 종기가 물렁물렁해지는데 이 종기가 피부로 터져 고름이 흐르는 누관을 만들거나 진피층에서 누관을 형성해 주위 땀샘으로 퍼져 나가며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화농땀샘염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땀샘이 있는 곳, 특히,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하는데, 주된 발생 부위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과 생식기 주변 부위 및 여성의 가슴 아래 부위 등을 들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심한 여드름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데, 이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병변이 점점 확산되며, 특히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집중된다면 한 번쯤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의 질’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어, 조기에 적극적 치료해야
화농성 한선염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증상이 점점 심해지므로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병변이 오랜 기간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거나 치료가 부적절할 경우에는 병변 부위로부터 항문, 직장, 요도, 방광 등으로 누공이 형성되거나 협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외 빈혈이나 백혈구 증가 등의 혈액 이상, 병변의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드물게는 편평상피세포암을 비롯한 피부암, 만성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만성화된 경우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통증과 농양 등이 지속되면서 환자의 업무능력과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서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모에 관심이 높은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흉터를 남길 경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 생물학적제제 효과적
치료 목표는 발생한 병변 수와 발생 범위를 줄이고, 새로운 병변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두며, 환자 상태에 따라 항생제, 비타민A제제,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에 특이적으로 결합,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 사용이 가능해졌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중증의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병변이 광범위하거나 다발성의 화농성 누공 등이 나타날 경우 병변부 절제, 절개 후 배농 등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흡연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당연히 금연하는 것이 좋고, 비만 역시 피부가 접히는 부분의 마찰을 늘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피부과 유동수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진단이 쉽지 않아 여드름으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재발하거나 심각하게 악화되어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다. 아직까지는 국내 환자가 많지 않지만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병해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으며, 중증 환자의 경우 월 치료비가 백만 원이 넘을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커 산정특례 지정 등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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