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국공립 유치원을 민간에서도 위탁경영할 수 있도록 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교원단체까지 유치원 공공성 훼손 및 임용제도를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박찬대 의원이 철회와 보완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안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공립 유치원 경영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위탁자격은 △사립학교법인 △국립학교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로 명시했다.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위함이다. 정부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2021년까지 4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2021년까지 늘리는 데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새로 유치원을 짓고 선생님을 뽑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일부 지역은 국공립 유치원 설립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도 존재한다. 특히 당장 급한 유치원 교사 수요를 사립유치원 폐원으로 직장을 잃은 사립유치원 교사들도 채울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이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위탁을 추진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7일 현직과 예비 유치원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국공립유치원 위탁경영 반대연대(반대연대)' 1000여명은 국회 앞에 모여 민주당 박찬대 의원 등이 지난달 15일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반대집회를 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도 최근 해당 법률에 대해 성명서를 내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해당 법안이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공개전형 임용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국공립 유치원은 학교이고, 국공립 유치원 교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임용시험을 통과해 임용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 같은 임용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결국 사립유치원이라는 게 교원단체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박 의원은 7일 교원단체, 학부모 대표, 교사임용 준비생 등과 유아교육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도 교원단체는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위탁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지적했다.
엄미선 국공립유치원연합회장은 "기존 위탁운영 어린이집의 문제점과 현장 만족도가 낮은 상황이며, 교육의 공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유치원은 사실상 의무교육인 명실상부한 학교이며, 국가와 지자체가 운용을 책임지고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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