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미국 대선에 두번째로 출마했을 때 일이다. 분위기는 썩 좋았다. 클린턴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저만치 따돌리고 있었다. 이때 민주당 내 경선을 펼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딴죽을 걸었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2013년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여기저기서 고액 강연료를 챙겼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예컨대 클린턴은 2013년 10월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1시간 강연하고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우리돈으로 약 2억6500만원이다.
CNN 보도(2016년 4월20일)에 따르면 클린턴은 2013~2015년에 92회 강연을 했다. 평균 강연료는 22만5000달러, 2년 새 총 2160만달러(약 255억원)를 벌었다. 미국에선 클린턴급 저명인사들이 한번 강연에 수십만달러를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균 22만6000달러를 받았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앨 고어 전 부통령 등도 최소 10만달러 넘게 줘야 모실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강연료가 지나친 걸까? 글쎄다. 클린턴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냈다. 지구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지명도가 높다. 시간당 22만5000달러를 달라고 생떼를 부린 것도 아니다. 강연료는 시장에서 정한 값이다. 따라서 뇌물로 받은 게 아니라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 출신 인사가 돈에 욕심을 부렸다는 도덕적 비난은 피할 길이 없다. 클린턴은 2016년 가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졌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대전 대덕구에서 하려던 강연이 끝내 취소됐다.
90분 강연에 1550만원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진보파 김제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총리·장관들은 강연료로 얼마를 받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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