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고유정, 계획·단독범행…반수면 상태의 전 남편 3회 이상 공격

제주동부경찰서, 11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12일 검찰 송치
“사이코패스 아니다”…현 재혼관계 지키려 전 남편 살해한 듯

고유정, 계획·단독범행…반수면 상태의 전 남편 3회 이상 공격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범행에 쓰고 남은 물품을 마트에 환불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고유정이 표백제를 환불받고 있다. 2019.06.11. (사진=제주 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뉴시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내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은 전 남편 때문에 현재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특히 범행과정에서 반수면상태의 피해자를 3차례 이상 흉기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오전 경찰서 4층 대강당에 가진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수사 최종 브리핑에서 "범행 장소인 펜션 안에 흩어진 혈흔의 형태를 분석한 결과 고유정이 최소 3회 이상 공격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고유정의 차량에서 발견한 혈흔을 정밀 감식한 결과,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견 결과를 토대로 고유정이 약물을 이용해 반수면 상태의 전 남편을 제압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건 초기 키 160cm에 몸무게 50kg의 작은 체구인 고유정이 키가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전 남편을 혼자서 제압하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범행 시간대 고유정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분석과 범행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확인된 점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고유정은 범행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와 흉기뿐 아니라, 증거인멸을 위한 청소도구까지 미리 준비해갔던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이 압수한 물품만 90점에 육박한다.

경찰은 범행수법 등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범행도구도 미리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볼 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봤다.

하지만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고유정은 여전히 우발적 살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인은 맞지만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해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자기방어)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우발적 범행'을 강조해 추후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고 해서 꼭 피의자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다"라며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 교섭으로 인해 현재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 5일 범행현장과 인천 서구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과 뼛조각을 확보하고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피해자 모발 감식 결과는 1주일, 뼈 골수 유전자 검사는 3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고유정을 살인과 사체 손괴·유기 등의 혐의로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