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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코앞..정부는 안보이고 갈등만 커져

산업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위한 공청회 열어, 이달중 확정
누진제 폐지놓고 의견 충돌..정부 갈등해소 의지있는지 의구심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코앞..정부는 안보이고 갈등만 커져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전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내달 시행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앞두고 각계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사용량이 연중 가장 많은 한여름이 오기 전, 누진제에 따른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는 계산이다. 그러나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는 '합리적인 개편'보다 여름철 한시 요금 인하 '특별 할인'에 방점을 두는 방안을 내면서 누진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누진제 개편에 따른 수혜자가 달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됨에도 이를 지켜만보는 정부의 갈등해소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달 중 누진제 폐지 또는 축소 완화 중 개편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현재로선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7~8월 여름철 한시적 완화가 유력한 분위기다.

20일 산업부와 한전,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에서 누진제에 대한 각계의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기요금 누진제 TF가 마련한 누진제 개편안은 3가지다. △1안은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확대 △2안은 여름철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해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전기요금 원가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전제로 1안에 찬성했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우리나라 전기 소비자의 태도(의식)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행 전기요금은 부담할 만하다. 그러나 불안하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에는 소비자의 권리인 선택의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누진제 개편 3가지 방안 모두 최소 961억원, 많게는 2985억원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누진제를 한시 완화하면서 3587억원을 비용으로 떠안았다.

전기 독점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전기요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 명세서에 비용 내역을 상세히 기재하는 독일 사례를 들면서 "한전은 발전 및 연료, 송전 비용, 판매관리비, 정책비용, 조세부담금이 얼마인지를 소비자들에게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전기요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우리도 (전기요금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을) 반성하고 있다. 요금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명백백하게 공개할 것이다. 용도별 도매, 소매가격 등의 원가 정보를 전기요금 청구서에 게재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도 "이번 누진제 개편 작업을 하면서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책임 부서로서 반성한다. 국민들께 최대한 공개 가능한 쪽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패널 토론이후 청중들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성토장이 됐다.
△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이 수천억원 적자 상황인데도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여름철 요금할인 부담을 져야 하는 점 △원가이하로 할인혜택을 받는 전기 저소비층이 오히려 고소득 1인가구일 수 있고, 정작 저소득층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폭염대책과 누진제 개편을 분리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되고, 정작 개선돼야 할 누진제 불확실성, 왜곡된 전기요금체계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청중으로 참석한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자신이 사용한만큼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누진제는 완전 철폐돼야 한다"면서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부실 책임을 물어 이달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