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은 국민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자 공기업으로, 1969년 4월 25일부터 금융기관 감정업무 및 법령에 따른 일반감정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기관의 일원이었다는 자부심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자 여전히 나를 설명하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최근 나를 몹시도 침통하게 한 것은 감정평가사협회에서 한국감정원의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자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랜 일터이자 고향이었던 곳. 나를 비롯한 3000여 감정원 퇴직직원들과 후배들 모두를 굳게 지탱하던 자긍심 앞으로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2년여 전인 2016년 9월 1일, 국회는 한국감정원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적 기능을 축소 내지 폐지하고 공적기능 중심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공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한국감정원법을 제정했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사적 감정평가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으나 국토교통부의 지휘 감독 아래 감정평가서 타당성조사업무를 통해 부동산 감정평가의 균형점을 제시하고, 적정성· 정확성·공정성 확보를 책임지고 있다. 즉, 한국감정원의 명칭은 한국감정원법이 정하는 목적이나 업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부동산가격 평가, 정책개발, 정책수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굳건하게 서있고 국토교통부 장관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위상을 점하고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명백한 사실이다.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감정원의 이름이 주요업무 및 정체성과 맞지 않아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그러나 50년 동안 한국감정원은 많은 국민들이 신뢰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조사에서는 공기업 36개 기관 중 브랜드 인지도 2~4위 수준을 기록하며 한국감정원의 정체성, 역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공고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른 사명변경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행정비용의 낭비만 부추길 뿐이다.
한국감정원의 이름을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을 위하고 국민의 혼란을 예방하고자 하는 진정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큰 뜻이 있다면 한국감정원과 사명변경을 주장하는 감정평가사협회는 사소한 견해차이에서 벗어나 대국적 견지에서 먼 미래를 설계해야 되겠다. 좁은 우물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의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고 광활하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도록 노력하자.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과 국민의 편익을 위하는 거시적인 생각과 시선, 그리고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재규 한국감정원 동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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