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원 근처에서 12일 경찰이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개정을 둘러싼 대규모 반대시위 영향으로 홍콩이 혼돈에 빠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요일인 오는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주최측 추산 103만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 반대 시위에 나선 바 있다. 민간인권전선은 16일 시위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 12일 입법회 인근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사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경찰과 시대위대간 무력충돌이 우려되면서 법안 심리를 연기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SCMP는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의가 중국 송환법에 대한 심리를 최소 1주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7월로 법안 심의를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입법회의는 12일 2차 심리를 한 뒤 20일 3차 심의를 하고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상하 양원이 홍콩의 자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 지를 매년 감독하는 법안을 마련중이라고 보도했다. 짐 맥거번 민주당 하원 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상하 양원의 심의를 거쳐 정식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매년 미국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가 잘 실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기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이 미국에서 누리고 있는 무역특혜를 박탈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향후 50년간 홍콩의 자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두고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계기로 홍콩 우대 정책에 수정을 가할 태세다.이번 법안은 상하 양원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루비오 상원 의원은 2년 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는 홍콩의 중국 송환법 반대시위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어 통과될 환경이 우호적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싼 반대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말에 대규모 반대 시위가 예상된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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