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대통령 "단순 선박 충돌사고..중국측 입장 들어봐야"
야권 즉각 반발.."국가의 존엄성 지켜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9일 남중국해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고를 '단순 선박 충돌사고'로 일축해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9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고를 두고 '단순 선박 충돌사고'라고 일축해 비난을 사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는 해역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사고로 필리핀에서 반(反)중국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해군기지에서 연설을 통해 "지난 9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서 자국 어민 22명을 태운 선박이 침몰한 충돌사고에 대해 중국 측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면서 이를 '단순 선박 충돌사고'라고 선을 그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고가 발생한 지 거의 열흘 만에 나왔다. 당시 침몰한 필리핀 선박의 선원들은 베트남 어선과 필리핀 해군 함정에 의해 구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최선을 다해 조사중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에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정부는 이번 사고 이후 남중국해에 군함 파견을 통해 중국과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사고 이후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에도 중국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야권은 두테르테 정권의 수동적으로 일관하는 친(親) 중국 외교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니 로브레도 필리핀 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도자들이 선서에 충실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길 기대한다"고 게재했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 두테르테 행정부의 이 같은 신중 모드에 대해 "어민들의 처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중국 앞에서 줏대 없이 무기력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외교정책연구소 태평양포럼의 제프리 오다니엘 교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사건 이후 친중 기조를 유지할 경우 남중국해 분쟁에서 필리핀의 장기적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두테르테 정부의 대중 정책은 안타깝게도 중국의 해양 야망을 추구하도록 돕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전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필리핀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도 피해 선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얘기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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