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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판 노크귀순…北주민 "휴대폰 빌려달라"까지 軍 왜 몰랐나

해상판 노크귀순…北주민 "휴대폰 빌려달라"까지 軍 왜 몰랐나
북한 선원들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뒤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독자 제공) 2019.6.19/뉴스1


해상판 노크귀순…北주민 "휴대폰 빌려달라"까지 軍 왜 몰랐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6.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노후화된 장비·근무의 허술함 지적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경계지침 필요하다는 조언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지난 15일 북한 어선 1척이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서 어민에 의해 발견될 동안 군경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술한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군 당국은 당시의 파고 등을 고려했을 때 해상 경계가 100% 완벽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이 왜 이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까지 군 등 관계당국의 발표를 정리하면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한 북한 어선은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했다.

이를 최초로 포착한 것은 해상 경계를 책임지는 군이나 해경과 같은 관계 당국이 아닌 삼척항의 주민이었다.

15일 오전 6시50분께 산책을 나온 주민은 112에 신고를 했다. 이 주민은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 4명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는데 이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북한 주민이 아무런 제지 없이 해상을 통해 남측 육지에 도착, 남측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일이 해상판 '노크 귀순'으로 불리는 이유다.

삼척항 부두 인근까지 어선이 흘러왔을 때에도 전혀 인지되지 못한 것은 군경의 해안 감시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은 "모든 레이더가 성능에 나온대로 모든 것을 잡는다면 경계가 쉽지만 당시의 파고라든가 여러 마찰요소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놓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 당국은 감시 근무자들이 북한 어선이 엔진을 끄고 대기하던 당시 감시 레이더를 통해 해당 선박을 미세하게 포착했지만 표적이 기동하지 않아 이를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해경 CCTV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 15분께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선박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으나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이었기 때문에 당시 근무자는 남측 어선으로 판단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130㎞ 남쪽 삼척항 부두까지 들어오는 동안 당국이 이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이 배가 공격을 목적으로 침투하는 작전 선박이었다면 심각성을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황이 벌어졌던 당시 경계 작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던 군의 설명이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해안선에 근접한 북한 어선을 장시간 식별하지 못한 것은 당시 경계 작전에 임하던 근무자들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해안감시 레이더의 노후화에 의한 착오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군 당국은 이를 의식한 듯 해안 감시 레이더의 성능을 개량하고, 레이더 감시 요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2019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우리가 100가지 잘 한 점이 있더라도 이 한가지 경계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며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은 보다 철저한 감시체계가 구축돼야 함을 강조한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 속에서 철저한 감시체계를 위해서는 최첨단 감시장비 도입이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또 달라진 시대적 흐름에 맞춰 경계지침의 적절한 변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평화무드에 맞게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교육훈련을 강화하면서 휴식시간도 적절하게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에 불을 끄고 고속으로 이동하는 선박을 '의아선박'으로 판단해 근무자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는데 이번의 경우 떠 다니는 부유물로 판단하고 경계심을 가지지 않은 듯 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의아선박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