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기술벤처는 새로운 엔진..求職(구직) 대신 創職(창직) 도전하라"[특별대담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듣는다]

고용의 질 낮아진 원인은 '유니콘 기업' 같은 성장동력 부족했기 때문
대기업 의존으론 한계…금융이 앞장서 투자하고 몸집키우기 밀어줘야
경제 정책 괜찮은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나라밖 바람 불면 휘청거려
내수시장 키우자는 것이 바로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 필요성은.. 최저임금 가파른 것은 사실..다양한 보완책 뒷받침해 하반기에는 효과 나타날 것
고용 감소 대책은.. 어디서 일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할지가 중요해져
건전한 창업생태계 만들어 젊은이들의 도전 돕겠다

"기술벤처는 새로운 엔진..求職(구직) 대신 創職(창직) 도전하라"[특별대담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듣는다]
여권 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기술벤처 육성'을 꼽고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유니콘 기업이 증가세인데, 이번 정권 안에 총 20~30개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3위를 달성한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최대 성장동력으로 기술벤처 창업지원 확대와 '유니콘 기업' 집중 육성을 꼽았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조원(약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김 의원이 유니콘 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우리의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새로운 엔진'이 바로 기술혁신에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017년 5월 2개였던 유니콘 기업은 현재 8개가 됐다. 전 세계 346개 유니콘 기업 중 미국 156개, 중국 94개, 영국 17개 등을 기록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유니콘 기업까진 아니더라도 10년 내 창업한 새로운 기업들 중 매출이 1000억원 이상 되는 기업들은 지난 2017년 570개에서 올해까지 총 1000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니콘 기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구직(求職)'에서 '창직(創職)'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창업하고 도전하게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평생고용의 시대는 저물고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기고용의 시대가 열렸기에 이제는 '어디서 일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하고 살지'에 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금융 혁신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으로 금융이 혁신해야 기술벤처가 생기는 것"이라며 "전 세계 부자들은 기술벤처에 투자하는데 우리는 안되는 이유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담 = 정인홍 정치부장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은.

▲IMF 등 국제기관들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당초 지난해 10월에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두 차례 더 떨어뜨려 지난 4월에는 최종적으로 3.5%까지 내렸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반도체 비중이 10% 이상인데, 최근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컸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경제 전체 하방압력이 큰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이유가 미·중 무역마찰이다. 우리 경제는 중국이 제1시장이고 미국이 제2시장인데 합하면 40% 정도다. 그런데 둘이 동시에 압박을 가해오니 우리 경제가 악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의 뉴노멀 정책으로 성장률이 6%로 떨어진 영향도 받고 있다.

―한국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안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 대외경제에 취약한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해 내수시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 경제 중 60%는 수출이라, 밖에서 바람이 불면 어쩔 수가 없다. 일본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도 수출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지 않는다. 그만큼 내수시장이 큰 것이다. 경제 안정화에서 중요한 건 인구수다. 인구의 평균소득을 높여서 인구가 소비를 통해 내수시장이 확대돼야 경제가 안정된다. 이런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많은 비난 속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점이 있다면.

▲산업화를 겪으면서 일본 등 선진국들은 100년이 걸리는 걸 우리는 30년 만에 해냈다. 일자리도 늘고 낙수효과도 있었다. 앞서 나가는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가며 기술을 키워갔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바로 사회적 양극화 현상과 기업의 위험감수(Risk Taking·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것)를 안하려는 정신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기보다는 돈이 되는 유통업에 대거 진출했으며, 과감하게 혁신해 경쟁력을 키우지 않았다. 서민들의 생계였던 동대문, 청계광장, 중앙광장 등 골목상권의 유통구조가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커져만 간 게 현실이다. 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위험감수를 안하려 했다. 혁신기업보다는 아파트 담보대출 위주로 대출사업을 확장시키면서 혁신은 사라지고 부동산투기만 판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포용적 경제성장은 어떤 개념인지.

▲포용적 성장이론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아우르는 상위개념이다. 경제적 수요를 늘리자는 데 주안점을 둔 게 소득주도성장이다. 기존 산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는 게 혁신성장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른 게 포용적 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조절 필요성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던 측면도 있다. 워낙 저임금의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음에도 계속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 OECD, IMF 등이 장시간 근로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으로 가라고 권고했다. 그중 하나가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이었다. 실제 2017년 대선 후보들 모두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3년 내냐, 5년 내냐 속도조절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준비기간이 있었더라면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보완대책을 만들고 초기에는 적게 올리고 더 올린다든가 하는 게 가능했을 텐데 3년 내 1만원 올린다고 했으니 첫해 안 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작용이 있던 것도 사실인데, 그 후 2년간 다양한 보완책을 만들어 실시해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이제부터는 소득주도성장 성과도 같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의 질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있다.

▲고용에 있어서는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 청년고용 장려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질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성장엔진이 없었다는 점이 고용의 질이 낮아진 원인이다. 대기업들은 그간 손쉽게 돈을 늘리는 방법으로 유통산업 쟁탈전을 벌였다. 그건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없다. 쇼핑은 편해졌는지 몰라도 이로 인해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때문에 양질의 고용을 위해서는 장기적이더라도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 새로운 성장엔진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벤처는 새로운 엔진..求職(구직) 대신 創職(창직) 도전하라"[특별대담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듣는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 약력 △72세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제13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제6대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17·18·19·20대 국회의원 △2011년 민주당 원내대표 △2012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후보 종교특별위원회 위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혁신 창업은 이전 정부도 강조했는데.

▲물론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 때도 창업의 중요성은 언급돼왔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우선 모두 정부예산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며 재벌 참여를 독촉하며 대기업에 의존했다. 사실 시장경제 국가에서 정부재정은 규모가 아주 작다. 올해 정부예산이 약 480조원인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800조원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자금은 연간 5000조원 정도다. 창업 열풍이 일어나려면 100조원 이상 투입돼야 하는데 정부 전체 예산 480조원 중에 많아야 20조원 지원인데, 이 정도로는 안된다. 작년 벤처에 투자한 정부지원금은 3조7000억원이다. 해법은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에만 집중해온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미국처럼 투자은행을 만들어 기술혁신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기업가치가 오르면 주식 팔아 돈 버는 환경을 조성해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기술창업에 필요한 부분은.

▲어느 정도 자리잡은 초기 벤처기업들을 지속발전시키기 위한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금융이 앞장서서 모험자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갈 필요성도 있다. 금융기관이 이를 위해 서로 평가해 주고 주선해서 M&A가 이뤄지면 좋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샌드박스 등 제도적 보완을 동시에 이뤄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는데, 이는 '도전'으로 가능한 결과였다.
방탄소년단의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 공연이 전석 매진되었으며,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도 모두 도전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도 이제 도전을 할 때다. 역량을 펼칠 만한 곳에 취직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이제는 기존 직업이 아닌 없던 직업, 즉 창직(創職)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여는 것만이 살길이다.

정리= pja@fnnews.com박지애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