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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만 따지는 '디지털 전환'은 한계… 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해야 [5G로 진화하라 디지털 금융 바람]

시중銀 신기술 활용 상품 속속 선봬
카드사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적극적
비대면채널 편의성 증대 등 초기단계 그쳐
금융권 디지털 전환은 '장기 프로젝트'
AI 분야 등 가시적인 성과까지 시간 필요

국내 금융사들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블록체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과 같은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금융서비스 전반의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핵심 경영과제로 선포하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섰다.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있다.

■디지털 전환, 핵심 경영과제로 선포

최근 비대면 채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시중은행들의 핵심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년을 선포하고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부문 관련 4000여명의 인재 양성과 2조원 상당의 투자를 목표로 제시했다. KB금융그룹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지주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부문을 총괄하게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난해 10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인 '디지털 랩'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했으며, 기존 업무프로세스혁신부는 본부로 격상했다. 디지털 기술 전담조직인 '디지털 랩(DT랩)'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해 AI,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기술의 선행연구를 통해 디지털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역시 올해 4월 DT선포식에서 '혁신을 통한 초격차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경영비전으로 제시하고 △디지털 뱅크 혁신 △디지털 신사업 도전 △디지털 운영 효율화 △디지털 기업문화 구현 등을 4대 전략으로 선정했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접목한 서비스

이러한 조직개편과 함께 이미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AI 등의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관련해서는 카드사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초개인화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장소·상황(TPO)'을 정확히 예측하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최적의 맞춤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히 혜택 추천영역에서는 실시간 프로세스 도입을 통해 월 단위 또는 일 단위였던 기존 혜택 제안방식이 아닌 하루 중에서도 상황에 따라 맞춤혜택이 변경될 수 있도록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나 상권 등 지역특성도 마케팅 및 서비스에 실시간 반영된다.

AI 기술의 경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AI 기술을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도입했다. 로그인 기록부터 모두 딥러닝시스템을 대입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잡아내 실제 금융거래가 발생하지 않아도 AI가 거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부정거래를 솎아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대출자격검증 시스템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기업 해치랩스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대출자격검증 시스템 공동개발에 나섰다. 이번 시스템은 신한금융그룹의 금융상품인 '신한 닥터론'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신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초기단계인 만큼 모바일 플랫폼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AI 및 빅데이터 분야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송상규 연구원은 '국내 은행 디지털 전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대부분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의 시장확대에 따른 비대면 채널의 편의성 증대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AI 및 빅데이터 분야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시행착오를 통한 실패의 자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