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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문 활짝 열려있다"(종합)

비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문 활짝 열려있다"(종합)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료사진> © News1 이광호 기자


애틀랜틱카운슬 행사 참석 "북미 실무협상 재개돼야"
"북미 비핵화 합의된 정의 없어…협상의 중요한 시작점"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이원준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북미 외교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미 민간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 기조연설에서 "하노이 정상회담(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holding pattern)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했다는 일반적인 견해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는 (오히려) 북미 간 지속적인 실무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실무)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은 북한 실무 대표단이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고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독점적으로 통제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북한과 대화가 곧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비건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 방문을 예고한 것을 언급하면서 "지난주에 (협상 제개를 위한) 활동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실질적인 방향으로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다만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 없이는 진전을 이룰 수 없다. 이것은 절대적이고 핵심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양측은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고, 이것만이 외교를 통해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난 25년간 실패한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또 "북미 양국이 아직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된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것이 (협상의)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양국 실무 협상단은 미국의 핵심적인 요구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차이를 좁히기 위해 애써 왔다.

비건 대표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결코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의 4개항 기본 합의를 상기시키면서 "실무 차원의 협상이 재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모든 내용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대화 재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또 북한이 다른 나라와 대화에 나서는 '전략적 결정'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이런 결정은 한반도의 긴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용기를 갖고 반드시 지금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성사되는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조만간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문정인 특보는 이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 간 접촉이나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5월26일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며 "우리도 20시간만 있다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두 정상이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해야 한미정상회담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꼭 북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문 특보는 비건 대표가 기조연설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 및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를 함께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유연성과 안전보장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