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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이모와 통화하게 휴대폰 빌려달라"…어떻게 가능?

"서울 사는 이모와 통화하게 휴대폰 빌려달라"…어떻게 가능?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함경북도, 브로커 쉽게 접촉 가능…연락처 받을 수 있어
브로커 통해 탈북 않고 배로 내려온 이유는 확인 안돼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 휴대폰을 빌려달라."

지난 15일 삼척항 부두를 통해 북한 어선을 타고 들어온 4명 중 한 명이 우리 측 주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관계당국은 19일 전했다.

당국은 이들이 애초에 귀순을 목적으로 내려왔다면서 어선에 타고 있던 일부가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지급되는 얼룩무늬 군복 하의를 입고 있던 데 대해서는 "특별한 용의점은 없다"고 했다.

이들 모두 민간인이며 해상 침투의 의도가 있었다면 직선 거리로 남하했을 텐데 굳이 멀리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이 탄 어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출항해 13일 오전 6시께 울릉도 동방 30NM노티컬마일(55㎞) 해상에 도착했고,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 6시22분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하지만 이들이 삼척항 부두에 도착해 우리 측 주민들에게 한 말이 공개되면서,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이 맞느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특히 '서울에 사는 이모 번호'를 어떤 경로로 들고 왔으며, 남측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느냐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복수의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남한에 사는 가족의 연락처를 취득해 연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출항한 함경북도는 탈북자들이 많아 브로커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고 한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함경북도 무산, 회령 등 조중 접경지에서 탈북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가 말한 '이모'도 함경북도 출신이라면 서울에 오래전에 먼저 와 정착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 열린 남북 이산가족 행사를 통해 연락처를 미리 주고받았거나 제3자를 통해 건네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북측에서 이모와 미리 통화를 했다면 통화를 하게 해준 브로커를 통해 탈북하는 방법이 일반적임에도,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내려온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는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출신지, 탈북 경위 등이 면밀히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배를 타고 온 4명 중 2명만 남고 나머지는 귀환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탈북민은 "일부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돈이나 권력에 의해 함께 내려왔을 수 있다"면서 "별 생각 없이 왔는데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귀환하겠다고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