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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재무부담·배임논란에 '전기요금 인하' 의결 미뤄

21일 이사회서 누진제 개편안 의결 보류 전기요금 인하로 2900억원 비용 부담 한전 주가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

한전, 재무부담·배임논란에 '전기요금 인하' 의결 미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김종갑(가운데) 사장과 이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이날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권고한 최종안에 대한 의결여부를 결정한다.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완화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요금 인하에 따른 재무 부담과 주주들의 불만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과 이정희 한전 상임감사위원 등 상임이사 7명이 참석했다. 또 이사회 의장인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를 포함한 비상임이사 8명도 전원 참석했다.

앞서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여름철에만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제시했고 이사회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정책에 재무 부담 늘어난 한전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재무건전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1분기 한전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62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손실액이다. 지난해에는 1조17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하안을 적용하면 한전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29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에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미 180%를 넘어선 부채비율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누진제 완화에 따른 손실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추가적인 예산 배정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실제 한전은 2018년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비용인 3587억원을 전액 부담했다. 정부가 충당한 금액은 353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매년 여름철마다 누진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전 사외이사 일부는 적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여름철 상시적인 누진 구간 확대로 매년 4007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불거진 배임 논란

일부 주주들은 누진제 개편안이 의결되면 경영진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미 한전 주주들은 투자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전 주가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 최저치는 2만3850원으로 21일 종가인 2만6200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주가 낙폭은 더 크다. 주가는 지난 3월 4일 52주 최고가(3만6000원)를 기록한 이후 27%가량 빠졌다.

이번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과정에서 배임 논란이 고개를 든 이유다. 주주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정책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전은 로펌에 배임 가능성에 대한 법률 해석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전력 요금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올해 2분기 적자와 누진제 완화는 더 큰 틀에서 전력요금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 수요 제한과 발전설비 확대 정책, 전력구입비 연동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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