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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피' 정태수 4남 정한근 21년만에 모습 드러내

'해외도피' 정태수 4남 정한근 21년만에 모습 드러내
21년째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19.6.21/뉴스1


모자에 점퍼 모자까지 이중으로 쓰고 고개 숙여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공항 빠져나가

(인천공항=뉴스1) 이장호 기자 = 21년째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씨가 21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22일 오후1시23분쯤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들린 채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네이비 점퍼에 국방색 면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온 정씨는 캡에다 점퍼 모자까지 이중으로 쓴 채로 고개를 숙이고 취재진 앞에 섰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수염은 1~2일 가량 깎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버지 정태수 회장은 어디있냐' '수백억대 체납세금은 내실 생각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신분을 세탁해 캐나다, 미국, 에콰도르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정씨를 검찰은 파나마에서부터 국제공조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정씨는 브라질, 두바이를 경유했다. 검찰은 정씨가 두바이에서 국적기에 오르자마자 구속영장을 집행했고, 22일 오후 1시23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검찰은 곧바로 정씨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르면 23일 오후2시에 수사경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1997년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하고 스위스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1998년 6월 한 차례 조사를 받고 도주했다. 검찰은 1998년 7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으나 소재불명이 돼 집행이 불가능했다.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기 위해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도피 횡령 혐의로 불구속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첫 번째 영장 때와 마찬가지로 소재불명으로 집행하지 못했고, 21년째 잠적했다.

2017년 6월, 253억원의 고액 체납자인 정씨가 미국에 체류중이라는 정씨 측근 인터뷰가 방송돼 검찰은 미국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했으나 역시 소재불명으로 무위로 돌아갔다.


대검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씨 소재 추적에 착수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 캐나다 국경관리국(CBSA) 일본주재관 등 해외 법집행기관과 긴밀한 정보공유, 회의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사공조를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정태수 전 회장(96)은 한보그룹 부도 이후인 1997년 9월 무렵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 2002년 4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2002년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돌연 출국해 자취를 감춰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