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원
경기도 부천의 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던 11년차 작업치료사 강모씨(34)는 지난해 9월, 자폐성 장애아동 A양(6)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그날 따라 아이 머리에 유독 큰 멍이 든 것을 발견한 A양 부모는 문제의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치료사가 아동을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씨와 작업치료사들은 "감각통합치료를 위한 치료 행위"라고 주장해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치료 행위"vs"신체적 학대"
23일 검찰의 공소장 및 진술 등에 따르면 2급 중증 자폐증상을 앓고 있는 A양은 평소 관절을 심하게 꺾기도 하고, 스트레스 상황이면 자신의 머리를 박는 등의 자해 행동을 보였다. 강씨는 본인이 2년간 치료해 온 A양의 문제 행동에 대해 부모와 상의하던 중 A양 어머니는 "아빠가 (집에서)매를 들면 (머리를)박지 않는다"며 "선생님도 신문지 같은거 돌돌 말아서 해보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지난해 9월 11일 한쪽이 고무로 된 막대기를 가지고 어머니의 말대로 훈육을 시도했다. A양이 매달 수 없는 놀이도구를 가져와 '달아 달라'는 의사표현을 하자 강씨가 "이건 달 수 없어"라고 말했고, A양이 손을 들어 강씨를 치려고 한 뒤 머리를 박는 자해행동을 한 직후였다. 막대기 고무부분으로 아이의 손바닥을 터치하며 "이 놈, 머리 박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러자 A양은 손을 과도하게 뒤로 꺾으며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자해행동을 보였다고 강씨는 전했다.
훈육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씨는 머리를 박아도 안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A양을 볼풀로 이동시켰다. A양이 볼풀 모서리에도 머리를 박자 강씨는 A양의 뒷목을 꾹 누르고 쿠션 등으로 관절압박과 심부압박 치료를 진행했다. 심부압박은 아동에게 안정감을 줘 자해행동을 감소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A양은 강씨가 씌운 헬멧도 던지며 볼풀장에서 나온 뒤 다시 매트가 없는 쪽으로 이동해 머리를 박았다. 강씨는 A양이 다치기 않도록 치료 활동 중 하나인 '손수레 걷기' 활동을 유도해 매트 쪽으로 이동시키려 했다고 진술했다.
감각통합치료 중 하나인 '손수레 걷기'. 자신의 신체 위치, 자세,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감각인 '고유수용성 감각'에 도움을 준다. /사진=유튜브 캡쳐
검찰은 이 모든 과정이 A양에 대한 신체적 학대라고 봤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스쿠터 패들(막대기)을 이용해 피해 아동의 손바닥을 약 3회 때리고 아동을 밀쳤다"며 "강씨가 A양을 볼풀장으로 던진 후 아동의 목덜미를 수회 잡아 누르고 피해아동의 얼굴을 눌렀다"고 했다. 또 "볼풀장에서 나오려는 아동을 밀어 넣고 피해자를 거꾸로 들어 올려 끌고 갔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될까" 치료사 전전긍긍
재판으로까지 넘어간 이번 일을 계기로 아동 감각통합치료를 하는 작업치료사들 사이에서는 "아동학대로 의심받을까"하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치료를 할 때 신체적·물리적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작업치료의 한 형태인 감각통합치료는 주로 특정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특히 감각조절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이 흥분하거나 울 경우 꽉 안아주거나 강하게 눌러 진정시키는 방식의 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12년차 작업치료사 문모씨(35)는 "강한 압박을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도 (아동학대를 의심받을까봐)선생님이 그냥 맞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아이의 증상 완화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아 딜레마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13년차 작업치료사 일을 하고 있는 박모씨(36)도 "최근 강씨와 비슷한 아동학대 컴플레인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걱정되시면 부모님이 함께 입실해 있는것도 방법이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업치료사협회 측에서는 강씨 사건과 관련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전병진 작업치료사협회장은 "감각통합치료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아동이 힘들어한다고 볼 수 있지만 자폐아동을 다루는 치료 방법이 맞다"며 "협회 측에서도 학대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