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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태수 아들 신분세탁 확인 뒤 국제공조 통해 극적 송환

檢, 정태수 아들 신분세탁 확인 뒤 국제공조 통해 극적 송환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64)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의 체포과정은 검찰이 집요한 추적을 통해 확인한 신분세탁 사실과 미국과 일본, 에콰도르 당국과의 국제공조가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에 따르면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이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그는 국세 253억원을 체납한 상태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 했고.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도주한 탓에 집행이 불가능했다. 이후 검찰은 2017년 정씨가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측근의 인터뷰가 방송된 일을 계기로 소재 추적에 나섰지만 정씨의 미국내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아 진척되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원점에서 정씨의 사건기록을 정밀검토, 정씨의 처와 자녀의 출입국내역을 확인한 결과 가족들이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캐나다 국경관리국(CBSA) 일본주재관과의 국제공조를 벌였다. 이를 통해 정씨 가족의 캐나다 거주를 위한 서류에 정씨가 아닌 캐나다 시민권자 A씨(55.현재 국내거주) 이름이 스폰서로 사용된 것을 단서로 정씨 추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후 검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와 CBSA 일본주재관의 적극 협조를 받아 정씨가 A씨 이름을 이용해 여러 영문이름으로 캐나다,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순차로 취득, 신분을 세탁하고, 2017년 7월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HSI 파나마지부의 협조로 정씨가 에콰도르내 과야낄(Guayaquil, 수도인 키토에서 500km 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정씨 체포가 성사되나 싶었지만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의 범죄인인도 청구를 지난 4월 에콰도르 대법원이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

이 때부터 에콰도르 당국과 화상회의, 공문발송으로 정씨의 체류비자 연장불허 및 추방을 협의해 오던 검찰은 에콰도르 내무부로부터 정씨가 LA를 목적지로 지난 18일 파나마행 비행기로 출국 예정이라는 사실을 이륙 약 1시간 전에 통보받았다. 검찰은 그 즉시 HSI 한국지부와 파나마지부를 통해 파나마 이민청에 정씨의 인터폴 적색수배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파나마 이민청은 지난 18일(한국 시각 같은날 20시 35분)경 파나마에 도착한 정씨를 공항 내 보호소에 구금했다.

이후 대검 국제협력단은 법무부(국제형사과), 외교부(재외국민안전과) 및 파나마 등 재외공관, 경찰청(외사수사과 인터폴계) 등과 정씨의 호송방안을 협의했다. 이어 파나마 대사관 소속 영사가 정씨를 면담, 정씨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브라질(상파울루)과 UAE(두바이)를 경유해 정씨를 지난 22일 국내로 송환할 수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도피사범 중 국외재산도피 등 중대 범죄수익은닉사범을 우선적으로 집중 추적하고, 법무부와 외교부, 경찰청 등 관련부처, 주요 해외 법집행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요 해외도피사범 송환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