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197만㎡ 중 4㎡만 국가 귀속"
일부 부당이득 반환 받지만 1심 이어 항소심도 사실상 패소
/사진=뉴스1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이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얻은 땅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26일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땅 4㎡를 국가에 귀속하고, 이미 처분해 얻은 이익 3억5900여만원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부가 청구한 부동산의 규모가 197만㎡(약 30만평)인 점을 감안하면 1평 남짓인 4㎡만이 인정된 건 사실상 돌려받을 땅이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일제 협력해 조선인 최고 지위
조선 25대 왕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왕족 출신인 이해승은 일제 시절인 1910년 10월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은 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의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그는 식민 통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공을 인정받아 '쇼와대례' 기념장을 받기도 했다. 이해승이 친일행위로 축적한 돈과 땅은 손자인 이 회장에게 상속됐다.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위원회)는 2006년 12월~2007년 1월 이해승이 일제 시대 때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서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며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이 회장이 상속받은 재산 중 일부인 땅 197만㎡을 국가에 귀속시켰다. 환수한 부동산의 시가는 300억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8년 2월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귀속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원심 판결이 확정돼 땅을 되돌려 받았다. 법원은 이해승이 '한일병합의 공으로'으로 후작 작위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친일반민족행위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여론이 반발이 커지자 국회는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한일병합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자' 부분을 삭제했다. 개정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부칙도 만들었다. 다만 개정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확정판결이 나왔을 경우 친일반민적행위자로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개정법, 확정판결에 적용 안돼"
이번 소송의 1·2심 재판부는 모두 앞서 '귀속처분 취소'가 확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개정법을 근거로 국가 귀속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칙은 현재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개정법이 적용되도록 한다"면서도 "관련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정해진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종전 확정판결이 확정된 이상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귀속처분 취소소송에서 다루지 않은 땅과 처분이익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을 저지함에 따라 피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하는 것 이상으로 압도적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정부 측 보조참가인인 광복회의 소송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판결 직후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준 이날 판결은 '거물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70여년 전 반민특위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법 취지가 친일파 후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 아닐텐데, 재판부는 국민의 건전한 양식과 정의관에 반하는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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