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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내린 한전, 배임 리스크 완전히 해소됐나

누진제 완화로 연간 3000억원 떠안아야 170% 웃도는 부채비율 악화 가능성 존재 소액주주 "7월부터 민·형사상 법적 대응 진행"

전기요금 내린 한전, 배임 리스크 완전히 해소됐나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김종갑(가운데) 사장과 이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이날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권고한 최종안에 대한 의결여부를 결정한다.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여름철마다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기로 결정하면서 1600만 가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한전 주주들은 손실을 떠안은 경영진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그만큼 이번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후폭풍이 부담스러웠다는 뜻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안건이 함께 가결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애초 주택용 전기요금 기본공급약관 개정안만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즉,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부담을 요금체계 개편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은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1일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필요한 적자기업 한전

전기요금 할인 비용을 부담하게 된 한전 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구멍 난 곳간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한전 사외이사는 정부의 전기요금 완화 정책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전 이사회는 로펌에 배임 가능성에 대한 법률 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한전은 이번 누진제 완화로 연간 3000억원가량을 떠안아야 한다. 이미 한전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1조17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에도 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실적이다.

현재 부채비율도 17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기요금 제도가 개편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간 한전 이사회는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해왔다. 누진제 완화에 따른 손실분을 일부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한 차례 보류됐던 안건이 통과된만큼 이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정부 지원책이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에도 추가적인 예산 배정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리스크는 여전하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비용인 3587억원을 전액 부담했다. 당시 정부가 충당한 금액은 353억원에 불과하다.

◇'배임죄'로 소송 준비하는 소액주주연대

한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전 최대주주는 정부로 5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산업은행 지분율이 32.9%에 달한다. 국민연금도 7.2%가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비율은 35.1%이다.

한전 주가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 최저가는 2만3850원으로 28일 종가인 2만5550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주가는 지난 3월 4일 52주 최고가(3만6000원)를 기록한 이후 30% 가까이 빠졌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누진제 개선을 배임 행위로 보고 다음달 초부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변호인단의 법률 지원을 바탕으로 한전 경영진의 배임 행위가 이번 전기요금 할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은 평창동계올림픽에 800억원을 후원했고, 최대 7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회사의 이익과 관계없이 정부와 연계해서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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