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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기요금 月 1만원 내린다

한전 이사회, 누진제 개편안 가결
7~8월 1629만가구 1만142원 할인

한국전력공사가 28일 '매년 여름(7, 8월) 상시적인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에 대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을 의결했다. 매년 7~8월 1600만가구가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원가량 할인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누진제 확대 개편에 경영상 '배임' 가능성을 우려한 한전 이사진들이 의결을 보류한 지 1주일 만이다.

이날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 개편에 따른 기본공급약관 개정안 및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안건을 가결했다. 자세한 내용은 7월 1일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이사진 15명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한전의 약관 개정을 의결함에 따라 정부 계획대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두달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이 시작된다. 정부는 전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누진구간 확대를 7월부터 시행한다.

이번에 한전이 의결한 누진구간 확대는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가 지난 18일 정부와 한전에 권고한 내용이다. 누진구간을 매년 7, 8월에만 확대(50~100㎾h)하는 게 핵심. 이렇게 하면 지난해 사용량 기준 1629만가구가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142원씩, 15.8% 할인받는다. 하지만 한전은 2800억원(2018년 사용량 기준)가량의 요금할인액을 부담하게 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3000억원 규모의 할인액은 공기업 한전이 상당부분 부담하고, 20% 안팎 수준은 정부 재정에서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까지 한전 이사진은 정부 개편안대로 처리할 경우, 배임 가능성과 함께 한전의 손실 확대를 우려했었다. 지난주 이사회에서 의결을 보류한 것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손실 보전에 명확한 입장과 대안을 내달라는 항의 표시였다.

아울러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누진 1구간 사용자 중 900만가구 정도(전기 사용량 월 200㎾h 이하)가 혜택을 받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2500~4000원)'에 대한 축소 조정 등을 검토한다. 소득과 무관하게 일괄 공제하는 불합리한 '필수 공제'에 대해 한전은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대신 저소득층, 장애인, 다자녀가구 등에 대해 에너지바우처 등을 통한 직접적인 요금할인 지원을 희망했다.

누진제 개편을 놓고 정부와 한전의 충돌이 1주일 만에 수습됐다. 그러나 전기요금 체계 왜곡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수천억원의 요금할인액을 한전이 부담하든, 정부가 부담하든 공기업의 적자는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다. 국민들이 덜 내는 전기요금을 국민들의 다른 주머니에서 내야 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정부가 '선심성' 누진제 완화에 이어, 앞으로 남은 산업용 경부하요금 등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