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대학에 입학한 후 휴학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면서 재수를 병행하는 학생을 말한다. 보통 점수에 맞춰 들어간 대학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반수를 선택한다. 이런 현상이 취업전선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취반생, 즉 취업 반수생이다.
지난해 말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현상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꽤 퍼져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입사 2년 미만 신입사원 44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5명 중 3명이 취업 반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더 나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72.1%·복수응답), '근무환경이 열악해서'(33.7%), '기대했던 업무와 실제 업무가 달라서'(29.1%) 반수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자료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경총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취업문을 어렵게 통과하고도 1년 안에 사표를 쓰는 비율은 지난 2010년 15.7%에서 2012년 23.6%, 2014년 25.2%, 2016년 27.7%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첫 직장 근속기간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첫 직장을 그만 둔 청년세대의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지난 2008년 18개월에서 2018년 15개월로 10년 만에 3개월 줄었다. 이들이 내세운 퇴사 사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5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직에 불만이 있더라도 꾹 참고 회사를 다녔던 윗세대들과 달리 이들은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퇴사나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평생직장'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이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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