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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 위원장으로 기운 與…법안처리 '속도'가 관건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기운 與…법안처리 '속도'가 관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연장안이 의원들의 투표로 통과되고 있다. 2019.6.2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 가운데 정개특위를 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각각 특위에서의 법안 처리 '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두 개 특위에 오른 '개혁법안'이 본회의에서 동시 통과되길 원하는 민주당으로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의 법안 처리 속도를 비슷하게 조절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하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사개특위가 다루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정부·여당의 숙원 사업인 만큼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한국당에 내줄 경우 "패스트트랙 동력 자체가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지난 4월 30일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도 같은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이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장 180일간 계류된 뒤, 법사위에서 최장 90일을 지나 본회의로 자동 회부되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차례로 밟게 됐다. 이 법안들을 국회에서 일시에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으로선 두 개 특위에 오른 법안을 비슷한 시기에 본회의로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 가운데 사개특위에서의 법안 계류 기간은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합의에 따라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위원장직은 민주당이 1석을 선점한 뒤 한국당이 나머지 1석을 가져가기로 한 상태다. 활동 기간은 기존 6월 30일에서 8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사개특위의 경우 여야 간 별도 합의가 없고, 사법개혁 관련 법안이 전체회의에서 의결되지 않는다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법사위로 변경될 예정이다.

사개특위와 법사위에서 최장 180일간 논의된 법안을 또 다시 법사위로 넘겨 90일 동안 중복 논의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다만 사개특위와 법사위에서 총 180일만 논의해도 된다는 국회의장의 판단이 내려지면 올해 10월말에는 해당 법안의 본회의 회부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8월 정개특위 만료 이후 행정안전위원회로 넘겨지며,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상임위와 법사위에서의 최장 계류 기간(총 270일)을 꽉 채우면 내년 1월말에나 본회의 회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을 약 100일 앞둔 시점이다. 각 당 의원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선거제 개정안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본회의에 회부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선거제 개정안 처리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정안이 일찍 심의돼 의결될수록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의사진행과 안건상정 등 운영 권한을 갖고 있는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민주당과 한국당 가운데 어느 쪽에서 차지하느냐가 개혁법안의 성공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정의당은 민주당을 향해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차지한 뒤 오는 8월 31일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라며 촉구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전날(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개특위를 자유한국당에 내주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한국당이 위원장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8월 말까지 그것을 심의 처리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선거개혁은 물 건너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사개특위보다는 정개특위 위원장직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정치적 상황도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전날(2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개특위 위원장을 저희가 포기한다고 해도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과 관련해서는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법개혁이 후순위로 밀린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줘 버리면 패스트트랙 동력 자체가 흔들려버린다"며 "이인영 원내대표도 사실은 정개특위를 해야 된다라고 하는 방향을 가지고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