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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당 월세 25만원 "강남 타워팰리스냐고요?”..쪽방촌의 그림자

인간다운 주거권 없는 사람들
‘개인 특성’ 아닌 ‘주거 배제’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1.5평당 월세 25만원 "강남 타워팰리스냐고요?”..쪽방촌의 그림자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사진=fnDB

#. 서울 종로구·용산구·영등포구에 밀집한 쪽방촌에는 대부분 1인 가구가 산다. 월평균 소득 50만원 언저리에 머무는 취약계층들이 좁디좁은 화장실, 세면장을 공용으로 쓰고 있다. 1.5평(약 4.9㎡) 남짓한 방에 취사도구와 전열기구가 모여 있어 화재의 위험을 달고 산다. 월세는 20만~25만원 정도로, ‘평당 차임이 강남 타워팰리스보다 높은 것 아니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빈곤층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나오듯 집값이 비싼 서울지역의 주거빈곤층은 열악함을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4일 화우공익재단이 발표한 '홈리스의 주거권과 주거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원이 시급한 주거취약계층은 2011년 기준 22만명에 달한다. 특히 서울시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7.1%)은 인천시나 경기도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주거권은 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말한다. 쪽방촌 거주자나 노숙인들은 이러한 권리에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들은 복지지원체계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건강 등에도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숙인 비율은 0.03%인데 반해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0.4%”라며 “한국의 주거복지 통계가 엉망인 증거”라고 진단했다.

거리의 넘쳐나는 노숙인 숫자는 저렴주택·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다는 직접적 지표를 나타내는 반면, 통계는 이를 정확히 담아내지 못해 부족한 지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거빈곤의 원인을 개인에 맞추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남 교수는 “노숙인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들의 이름에는 ‘자립’과 ‘자활’이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며 “유럽에서는 노숙인을 하우징 익스클루션(Housing exclusion)의 한 형태라고 본다. 인구 일부가 주거 배제를 경험하는 것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 배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기인 만큼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줄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전민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