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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사드보복 때 기업만 끙끙, 對日 전략은 달라야

정부 발빠른 대응 전환
또 기업 희생양은 안 돼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7일 현대차·SK·LG그룹 총수들을 만났다. 모임에 불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둘러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주요 그룹 총수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1일 일본은 한국이 수입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공표했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굼뜬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본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같은 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젊은 총수들도 손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재계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과거 한·일 두 나라가 맞설 때마다 막후에서 이를 중재하는 정계 원로나 재계 거물이 있었다. 어느 때인가부터 이 라인이 끊겼다. 다행히 손정의 회장은 한·일 두 나라에서 신뢰가 높은 인물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일본 내 인맥이 탄탄하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인맥이 넓은 것은 물론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이들 3인에게 중재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이렇다 할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골프장을 사드 미사일 부지로 내준 바람에 표적이 된 롯데그룹은 혼자서만 끙끙 앓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지 못하면 누가 그런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일부 중국 언론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보호무역주의를 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이웃 국가를 상대로 정치적 보복행위를 하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한·일 마찰을 풀 큰 원칙은 우리 기업, 나아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외교, 특히 한·일 협상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6년째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좀 더 유연한 전략을 펼 수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대신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