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좌승훈기자】 문일주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54·사진)는 국내 대표적인 태풍 전문가다. 태풍 분야 국내 연구진이 주저자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논문을 두 번이나 게재한 것은 문 교수가 처음이다. 지난 6월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기후변화와 태풍의 추세'는 태풍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James P. Kossin 박사가 2018년 '네이처'에 발표한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의 경향 변화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이동경로에 놓인 바다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태풍이 예전보다 더 강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10월 부산·울산에 큰 피해를 준 '차바'다. 문 교수는 "태풍 관측이 시작된 1906년부터 집계된 태풍 중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11개"라며 "하지만 이 중 다나스(2013)·봉퐁(2014)·차바(2016)·콩레이(2018) 등 최근 6년 동안 '가을태풍'이 4개나 된다"고 경계했다.
문 교수는 "북극의 급격한 온도 상승도 태풍이 더 기세 등등하게 한반도를 지나게 만드는 배경"이라며 "태풍의 천적인 제트기류가 북극의 온도상승으로 약화되면서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강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특히 한반도가 더 이상 슈퍼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의 정의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65m(시속 234㎞)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문 교수는 "최대순간풍속 56.5m/초를 기록한 '차바'는 10월 태풍치곤 이례적으로 강력했다"며 "과거 한반도로 오던 태풍은 대만 부근 위도 25도 근처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보이다가, 이후 바다의 낮은 수온 때문에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28∼29도로 높아진 데다, 한반도 상공의 제트기류마저 약해지면서 한반도를 강타한 역대급 태풍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커 각종 방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무엇보다도 태풍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현재 태풍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바다 저층수 연구를 진행중이다. "태풍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바다 아래도 잘 봐야 할 뿐만 아니라, 태풍 크기에 따라 바다와 어떻게 반응하고 피해의 정도는 어떤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연구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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