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불법 웹툰사이트 폐쇄 無用
포털에 밤토끼 검색하면 유사 사이트 주소 우르르
접속자수 작년보다 2배 늘어..페쇄까지 최소 2주 걸리는데 그사이 도메인 바꿔 사이트 옮겨
밤토끼 유사사이트가 트위터를 통해 주소를 안내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접속이 가능해, 불법 사이트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웹툰 업계의 비판이 나온다. 사이트 캡쳐
지난해 초 최대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가 폐쇄됐지만, 오히려 불법 사이트 접속자 수는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며 유사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털사이트에 해당 사이트의 이름을 검색만 해도 유사 사이트로 손쉽게 연결되는 등 접근성이 높아 해당 업계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자 검거 등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사이트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불법 사이트, 페이지뷰 20억 넘어
10일 웹툰 업계 등에 따르면 불법 만화복제 사이트 페이지뷰 수는 지난 5월 기준 약 20억건에 달하는 방문자들이 방문하며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한 달 평균 페이지뷰(약 12억건)보다도 1.6배 가량 높은 규모다. 밤토끼 운영자 검거로 8000만뷰(지난해 6월) 수준까지 떨어졌던 방문자 수는 유사 사이트가 다시 범람하며 1년 새 20배 넘게 다시 급증했다.
최대 8~9억뷰에 달하던 밤토끼 폐쇄 이전인 지난 5월보다도 불법 사이트 접속자 수가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유사 사이트 범람으로) 밤토끼 폐쇄 후 3개월만에 불법사이트 접속자가 원상복구됐다"며 "검거 과정에서 오히려 '불법 웹툰 서비스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사 사이트 개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밤토끼나 불법 만화 사이트 '마루마루'의 유사 페이지는 여전히 접속 가능해 업계의 시름도 깊다. 포털 사이트에 '밤토끼'만 검색해도 유사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주소가 나타나는 데다, '마루마루'는 아예 비슷한 곳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현재 폐쇄된 한 불법 만화사이트는 '새로운 사이트를 준비 중'이라는 공지를 띄워 놓은 상태다.
불법 사이트의 여전한 성업으로 만화·웹툰 업계는 '고사 위기'라고 토로한다. 한 웹툰 작가는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난해 초에는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며 "밤토끼 폐쇄 이후 일부 회복됐으나, (불법 사이트로 인해) 피해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웹툰 플랫폼 관계자도 "업계도 불법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며 발견될 때마다 차단 신고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유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전히 사정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선제적 대응·구심점 마련해야"
이들 불법 사이트는 개설은 쉬우나 폐쇄는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단속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은 해외 서버에 주소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인지 후 사이트 폐쇄까지 최소 2주가 걸리는 점을 악용해, 폐쇄 절차에 들어가면 도메인만 바꿔 사이트를 옮기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도 지난해 관련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저작권 침해 사례를 일제 단속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유사 사이트를 막는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밤토끼' 운영자 검거에도 참여했던 한 경찰관은 "불법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너무 쉬운데 잡기는 힘들다"며 "사이트 폐쇄를 반복하고, 운영자를 잡아도 끝없이 유사 범죄자들이 생겨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용량으로 불법 업로드가 손쉽게 가능하다는 웹툰의 특성도 불법 사이트 범람을 부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강 대표는 "50부작 웹툰 1편에 약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힘들게 만화를 만들지만 가져가는 과정은 너무 쉽다"며 "현재 웹툰 업계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불법 사이트를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과 업계와 민·관이 통일된 대응을 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 대표는 "민·관·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상시 TF와, 저작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일원화된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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