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변호사들은 무더위에도 넥타이를 메지 않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 저 역시 얼마전 노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고 판사로부터 '저도 푸를까요'라는 꾸짖음을 듣기도 했다. 그 후로는 아무리 땀이 차고 넥타이를 푸르지 않는다." (3년차 A변호사)
올여름 장마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무더위 기승이 예고되는 가운데 법정에서 '쿨비즈' 복장규정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법정 자체가 폐쇄적인 구조인데다 재판과 관련된 사람들이 몰리면 온도와 습도가 동시에 올라가 넥타이 재킷 정장을 입은 변호사들의 변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선 하절기 복장간소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만 판사들 사이에선 여전히 정장과 넥타이 복장이 최소한의 법정예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 여름철 복장간소화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변호사들 "복장 간소화해달라"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국 35개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에 '여름철 복장 간소화'를 위해 '여름철(6~8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차림으로 법정 내 변론을 할 수 있도록 법관 등에 사전공지해 법정 내 변호사 복장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공문을 판사들이 공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다.
해당 공문에는 넥타이를 메지 않는 등 쿨비즈를 착용할 경우 체감온도가 2도 가량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하절기만큼은 효율적인 복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청이 담겨 있다. 다만, 최소한의 법정 예의는 준수하겠다는 것이 변호사업계의 주장이다.
서울변회는 해당 공문을 발송할 당시 변호사들에게 "6~8월까지는 가급적 넥타이를 매지 않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법정 내 변론에 참여하되, 변호사의 품위 유지와 신분 확인을 위해 상의에 변호사 배지를 반드시 패용하고 신분증도 반드시 지참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법정은 규정상 26도 아래로 내려갈 수 없고, 선풍기 등 별도의 냉방 기구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철에는 삽시간에 30도를 육박하거나 넘어선다.
■찜통 법정, 판사 법복 바뀐다
제한된 법정에서 여름철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법정 내 참가자들 모두 땀이 흐르는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부채질을 하거나 정장을 벗는 행위는 자칫 법정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대다수는 더위를 참고 재판을 진행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1년 내내 한 종류이던 판사 법복은 하절기용이 별도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법원 예산 가운데 '법복 관련 예산'으로 7억3300만원이 배정돼 하절기용의 법복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반영 하듯,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 형사35부 박남천 부장판사는 재판 시작 전 변호인들에게 "해당 기간 동안 법정에 출입하는 변호사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으셔도 좋고, 피고인들도 마찬가지"라며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풀고 싶으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푸셔도 좋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변호사들은 "대부분의 판사들은 여전히 넥타이를 멘 정장차림이 법정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