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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실패·허위자수·근무지 이탈까지…"軍기강해이 도 넘었다"

경계실패·허위자수·근무지 이탈까지…"軍기강해이 도 넘었다"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의 모습. 2019.7.1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계실패·허위자수·근무지 이탈까지…"軍기강해이 도 넘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7월 4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내 무기고 거동수상자 도주 조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9.7.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경계실패·허위자수·근무지 이탈까지…"軍기강해이 도 넘었다"
3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옛 남측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2019.4.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목선이 동해상에서 남하, 삼척항으로 입항해 군의 경계실패와 축소·은폐보고 의혹 등을 샀던 사건으로 군이 비판을 받은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수상자 침입 사건이 터지면서 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사이 육군 병사 간 가혹행위, 부사관 난투극, 장성 금품수수 등 갖가지 종류의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최근 큰 파장을 낳은 해군 2함대 '침입 사건'은 한 초병의 근무지 무단이탈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방부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병사는 지난 4일 밤 당시 합동 병기탄약고 초소 인접초소에서 경계근무 중 음료수를 구매하기 위해 소지하고 있던 소총을 초소에 내려놓고 전투모와 전투조끼를 착용한 채 경계초소로부터 약 200m 떨어진 생활관 건물에 설치된 자판기로 이동했다.

그렇지만 음료수는 구매하지 못하고, 경계초소로 복귀하다 탄약고 초소 경계병에게 목격되어 수하에 불응한 채 도주했다.

이후 부대는 발칵 뒤집혔고 기동타격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외부자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검거에 실패했다.

근무지를 이탈했던 병사가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사안에 대해 함구하는 사이 해당 부대는 내부 병사의 허위 자백으로 사건을 종결하려고 했지만 자수 병사를 상대로 한 사실 관계 확인에서 허위자백임이 밝혀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일주일 동안 군 수뇌부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12일에서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의 폭로로 외부에 알려졌다.

병사 개인이 경계근무 도중 음료수를 사기 위해 무장 해제한 채 자판기로 향했다는 사실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군 당국이 이 사태를 미리 수뇌부에 전하지 않고 김 의원의 폭로를 전후해서야 상황을 보고하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군은 '기강 해이'와 '늑장 보고'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특히 군의 기강 해이 문제는 최근 들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육군 모사단 소속 A 일병 등 3명이 동기 병사에게 폭언 및 폭행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1일 전해졌다.

A 일병은 피해 병사와 함께 외박을 나가 모텔 화장실에서 소변을 얼굴에 바르고 입에 넣도록 했다. 이에 더해 부대 복귀 이후에는 대변을 입에 넣도록 강요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일명 '인분사건'으로 불린다.

비슷한 시기 공군에서는 서울 소재의 한 방공유도탄포대 내 부사관 2명이 상호 폭행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군 기강 해이와 관련해 장성들의 적절하지 못한 행위도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고위 간부 출신 김모 소장은 사단장 시절 지역 건설업체로부터 부대 기부 금품 명목으로 1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지난 10일 확인됐다.

아울러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대원들에게 폭언과 개인적 지시를 일삼은 공군 부대장에 대한 폭로글이 올라와 군의 어두운 면이 다시 한 번 부각되기도 했다.

군의 기강 해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한반도 평화 무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장병들의 대적관과 안보관이 약해지는 결과가 나왔고 이로 인해 뚜렷한 목표의식 없는 군 복무 중 지속해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국면이 군 장병 대적관 약화로 이어졌는데 장병들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정부는 통일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도 "군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병영문화 개선을 높이 평가하지만 민주적인 병영문화를 위해 필수적인 훈련을 줄인다거나 기초 군기를 와해시키는 지휘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적인 일탈을 하는 자에겐 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에서 벌어진 일을 군에서 매듭짓는 대신 사회까지 연계해 징계를 이어가게 하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영창 제도가 없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이 문제"라며 "가해자에 대한 군의 처벌이 해당자 전역 후에도 연계성을 갖고 이어지게 한다면 병영 부조리 사고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