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은 소문난 자전거 천국이다. 코펜하겐 곳곳에는 무려 400여㎞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있다. 코펜하겐 시민이라면 누구나 시내에 있는 정차장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자전거 대여 시 20크로네(약 3500원)를 동전 투입구에 넣으면 되는데, 이 돈은 자전거를 반납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른바 '코펜하겐 시티 바이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비롯해 스위스 베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캐나다 몬트리올 등도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가 자전거 천국의 원조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마약의 나라'로만 알려진 콜롬비아는 지난 1976년 친환경정책 일환으로 '시클로비아(Ciclovia)'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일요일과 공휴일 도심의 핵심도로를 통제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게 하는 제도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펼쳐지는 '차 없는 거리'라고 보면 맞다. 시클로비아는 스페인어로 '자전거 길(ciclo+via)'이라는 뜻이다.
시클로비아는 자전거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클로비아가 시행되는 지역은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보고타 시민의 약 30%가 총 120㎞에 달하는 시클로비아로 나와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며 주말을 보낸다. 이곳에선 문화공연이 열리고 지역에 따라 벼룩시장이 서기도 한다. 시클로비아는 이웃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는 물론 캐나다, 호주, 벨기에 등에서도 운용되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를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시클로비아에서 영감을 얻은 '자전거 하이웨이(CRT)' 구상을 현지에서 발표했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 서울의 자전거 간선망은 한강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남북축을 더해 막힘 없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의 이번 발표에는 한양도성에서 여의도를 거쳐 강남으로 이어지는 약 70㎞의 자전거 하이웨이를 오는 2022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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