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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안보 핑계로 무역제재 꺼내든 日 비난… "곤봉 휘두르는 트럼프 정책 베낀 셈" [日 경제보복]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피해 우려
南北간의 공모 증거도 제시 못해

이달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을 지켜보던 미국 언론들이 이번 갈등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기사를 연달아 내놨다. 미 언론들은 문제의 근원인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판단을 피하면서도 어찌 됐건 일본이 안보를 구실로 무역보복을 꺼내든 것은 무리수였다며 '트럼프식' 위협을 따라해 국제 무역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자유무역을 강조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제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국가 안보를 구실로 무역제재를 일삼는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제한하면서 한국 정부가 해당 품목을 북한 같은 제3국에 이를 유출해 일본의 안보를 해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YT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 등 해묵은 한·일 갈등에 대해 소개하며 일본이 무역분쟁에서 안보를 곤봉처럼 휘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을 베낀 것 같다고 적었다. 같은 날 미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 역시 이번 갈등의 진짜 원인이 광복 이후 한·일 관계 때문이라며 갈등이 지속된다면 양자 간 경제 관계뿐만 아니라 5세대(5G) 통신 기술 도입을 앞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도 해가 된다고 평가했다.

두 매체는 일단 지난 반세기 동안 양국의 갈등을 소개만 하고 판단은 미뤘다. 대신 일본이 안보를 구실로 무역보복을 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셀린 파혼 일본 전문가는 "일본의 주장은 매우 심각하지만 한국과 북한의 공모를 증명한 증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 로욜라 매리마운트대학의 진 박 국제정책학 교수는 "진짜 문제는 타국에 전혀 상관없는 문제를 강제하기 위해 무역이나 경제적 이익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은 법적인 면에서 불만이 많은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역조치를 꺼내든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미 스탠퍼드대학의 대니얼 스나이더 국제정치학교수는 "일본이 수출제재를 안보 조치로 만들면서 정말로 물을 흐렸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중재의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 깊어진다면 혼란을 수습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15일 미 경제지 시킹알파는 이번 조치가 적어도 반도체 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시킹알파는 자체 분석결과 한국 반도체 생산에서 감광액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 에칭 가스 부족 또한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문제의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에 소소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킹알파는 이번 사태가 악화되어 한국산 반도체에 붙는 관세가 늘어나지 않는 한 마이크론 같은 미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