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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한국, WTO서 '집단압력' 전략 구사…"日 부당함 알릴 것"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정식 의제로 논의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우호 여론을 형성하는 계기인 동시에, WTO 정식 제소로 이어지는 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고위 당국자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반이사회는 일본 측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목적이 크다"며 "일본 측 조치를 철회하게 만들려면 WTO 분쟁해결절차(제소)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WTO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일반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고, 일본 정부는 자국의 조치가 WTO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을 수석대표로 일반이사회에 보내기로 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당국은 아베 정부의 무역보복이 부당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최근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승리로 이끈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 측 규제 조치와 관련한 의제의 중대성을 감안한 것이다.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일반이사회 안건 상정은 WTO 정식 제소 전 상대국이나 국제적으로 부당성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특히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당국자의 일문일답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진행 절차가 어떻게 되나.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14개 의제가 상정이 돼 있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우리가 요청한 안건은 11번째로 올라와 있다. 관례적으로 의제를 요청한 국가(한국)가 먼저 발언한 후 관련국(일본)이 그 다음으로 발언 기회를 갖고, 제3국 중에서 이 사안에 관심 있는 국가들도 발언을 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일본 측 발언 이후 우리가 재반박하는 발언도 가능하다.

-WTO 일반이사회 의제 상정 및 논의 결과는 향후 한일 통상 분쟁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번 일반이사회는 어떤 의제나 안건에 대해 결정하거나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다. 다만 WTO가 다자간의 자유무역협정 이행과 잘못된 무역규제 조치 등을 논의하는 곳으로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정신에 합치하지 않고, 규범에 위배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 목적이 크다. 일본 측 조치를 철회하게 만들려면 WTO 분쟁해결절차(제소)를 거쳐야 한다.

-한일 통상갈등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인식 및 분위기는 어떠하며, 미국을 비롯한 제3국이 이번 안건에 대해 이사회에서 발언할 가능성은 있나.

▶우리 정부는 다양한 계기를 통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려나가고 있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규제 조치가 자유무역주의에 역행한다고 보도를 했듯이 조치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각국의 외교당국에선 이번 한일 갈등이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로 보고 있고, 양국 중 어느 한쪽을 비난하면서 달려드는 모습을 띄지는 않는다. 제3국의 발언이 있다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이나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정도로 표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측이 발언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국장급인 외무성 경제국장이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현재까지 우리가 파악한 바로 일본에서는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을 수석대표로 일반이사회에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서도 참석자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꼭 외무성 경제국장이 오리라는 보장은 못한다. 외무성 경제국장 참석은 한일 수출규제 문제도 있지만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목적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에 한일 통상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 WTO 제소 등 여러 대응 절차 중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나.

▶어느 날 갑자기 한 국가가 특정 국가를 WTO에 제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이사회를 포함한 여러 WTO 공론의 장에서 몇 차례 언급도 하고, 또 양자협의 등 양국 간의 문제 제기를 거친 후에 제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일반이사회 안건 산정 자체가 제소 전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볼 필요는 없다. 제소 전 상대국에 알리고, 국제적으로도 부당성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당초 국장급 참석 계획에서 실장급으로 바뀌었는데, 큰 의미가 있나.

▶실장급이 참석하는 것은 일본 수출규제 사안에 대해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WTO 회원국을 대상으로 일본 측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일본이 조기 철회를 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일반이사회 안건 14개 중 일본 수출규제 의제가 국제적인 시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로 보나. 또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가 있나.

▶이번 이사회 의제 중에는 상소위원 선출 문제 등으로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소기구의 복구 문제, 개발도상국 무역관련 지원협력 등 글로벌 이슈들이 논의된다. 우리 입장에선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가장 큰 사안인 건 분명하고, 국제적으로도 해외 언론이 많이 다루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이번 이사회에서 주의 깊게 이 사안을 경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WTO 정식 제소는 언제쯤 계획 중인가.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심사 강화 외에 일본 측이 안보상 우방국으로 간주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까지 보고 제소 시기나 내용을 정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선 제소 절차가 시작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처럼 3~4년 오래 걸려서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고도 하는데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분쟁해결절차 중에 어떤 사안은 4개월 만에 철회된 경우도 있었듯이 빠른 해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