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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추가보복 임박·WTO 결투…'한일 분쟁' 이번주 고비

日 추가보복 임박·WTO 결투…'한일 분쟁' 이번주 고비


日 추가보복 임박·WTO 결투…'한일 분쟁' 이번주 고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일본 수출규제 문제 대응과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9.7.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日 추가보복 임박·WTO 결투…'한일 분쟁' 이번주 고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고용노동 현안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빚어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확전' 아니면 '봉합'으로 갈지 이번 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화이트리스트(수출시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국가) 한국 배제'를 위한 의견 수렴 절차 마무리,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잇단 한일 방문, 불꽃 튀는 국제 여론전이 예견된 WTO 일반이사회 개최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는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강경 대응 시그널을 주면서 일본의 보복 조치에 맞선 우리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이해당사자(국)을 대상으로 2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후 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 상정·의결과 공포 순으로 절차가 진행되며 이달 말 각의 의결이 된다는 가정 하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시기는 공포 3주 후인 8월 중순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해당사국으로서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이메일 의견서를 23일 오후 제출한다. 이 의견서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베 정부가 지난 4일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추가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카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후속 대응 방안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한일 간 처음 맺은 군사 분야 협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를 검토 중이다.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공유가 핵심인 이 협정이 폐기되면 일본으로선 불리하다.

하지만 이 협정이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와 연결된 탓에 폐기되면 미국에 미칠 영향도 있는 만큼 이 상황까지 전개되지 않도록 미국이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한일 정상이 원하면 관여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이후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볼턴 보좌관이 양국에 확전 자제를 요청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 대응과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해 23일 오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27일까지 닷새 간 이어지는 이번 방미 일정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벌인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미국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글로벌 밸류체인(GVC) 구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이날 오전 출국 전 "미국의 경제통상 인사들을 만나서 일본의 조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도 미치는 영향을 적극 설명하고 인식을 공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160여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여론전도 펼쳐진다. 그 무대는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다.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 수출규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면서 한일 양국간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월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승리로 이끈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했다. 김 실장은 일본 정부의 무역 제한 조치가 정치적 의도가 있고, 세계 반도체시장을 교란하는 반(反)자유무역 행위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일본 압박을 위한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전략도 꺼내들었다. 피어프레셔란 동료 집단에게 받는 사회적 압력을 뜻하는 용어로 일본 측 조치가 부당하다는 한국의 인식을 여러 국가들과 함께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특정국가의 행위에 대해 이런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상대국으로선 심기가 불편해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일본의 규제 조치가 WTO 정신에 부합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러한 대외적 대응 외에 내부적으로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이 큰 만큼 이와 관련한 후속 대책 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일본이 단행한 3개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 관련 업체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 제한에 따른 피해가 직접적인 재해나 재난은 아니지만 '사회재난에 준하는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인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당시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그간 발표를 미뤄온 소재부품장비산업 종합지원대책도 곧 내놓는다. 이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연구개발(R&D) 강화, 실증 및 설비 확충 지원, 관련 프로젝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총망라한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통상학계 한 인사는 "아베 정부의 추가 보복 단행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 시그널에 따른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 전략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중재 행보가 또 다른 관심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