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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피의사실공표 수사에…경찰 "공보규칙 정비가 우선" 격앙

檢 피의사실공표 수사에…경찰 "공보규칙 정비가 우선" 격앙
/뉴스1 DB.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대검찰청이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과 관련해 해당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 등 최근 울산지검의 경찰 관련 수사들이 고래고기 사건에서 비롯된 수사권 갈등의 연장선에 있어 '표적수사'라는 게 경찰 안팎의 의견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23일 "공보규칙이 문제가 된다면 수사보다 재정비가 우선하는 게 상식적 판단"이라며 "사건 담당 수사라인을 본보기로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월 울산지방경찰청이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일반인 A씨를 구속하면서 낸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울산지검은 A씨가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경찰이 재판에 넘기기 전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직속 팀장 등 2명이 지난달 입건했다.

그러자 경찰관 측 변호인은 울산지검 산하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의 수사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대검은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만약 검찰이 수사를 기존 방향대로 진행해 울산청 광역수사대장과 팀장 등 2명을 기소하면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로 포장한 표적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번 울산지검의 수사로 앞으로는 검사나 경찰관 모두 수사 도중 피의사실을 언론 등 외부에 알리게 되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졌지만,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이 논란거리로 지목됐다.

또 관련 지역이 울산이라는 점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미묘한 시기에 불거진 점도 의문점으로 꼽힌다. 울산에선 검찰과 경찰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보니 경찰에서는 검찰의 '경찰 망신주기' 수사라는 시각이 많았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경정급 간부는 "검찰논리를 적용하면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모두 피의사실공표 대상"이라며 "따지고보면 사회적 논란이 된 피의사실 공표 사건은 경찰보다 검찰이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반대로 경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수사결과를 담은 보도 자료 낸 게 피의사실 공표라면 검찰도 수사 대상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경찰이 "공보규칙 기준을 함께 정하자"고 대검에 제안했지만, 대검은 하루 만에 "(공보규칙은) 법무부 소관"이라며 사실상 제안을 거부한 점도 경찰은 마뜩잖게 바라보고 있다.

수세에 몰렸던 경찰도 피의사실공표 관련한 수사의 칼자루를 쥐게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이 의원이 전날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과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 검사, 김영일 형사6부 부장검사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 의원이) 고소를 했으니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에둘러 답했지만, 경찰의 수사방향에 따라 검경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 중에 피의사실 공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근 사례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사실 공표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