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까치산지구대 경찰관들이 만취한 시민의 귀가를 돕고 있다. / 사진=박광환 인턴기자
“저희 일은 이런 분들(취한 시민) 상대의 연속이에요.”
23일 밤 10시,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고학준 경장은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만취한 시민의 귀가를 도운 뒤 이같이 말했다. 짜증이 날법한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전하는 그의 말에서 한밤 중에도 묵묵히 궃은 일을 담당하는 경찰의 고충이 느껴졌다.
■사소한 실랑이에도 '성심성의'
25일 경찰에 따르면 주택가와 유흥가의 경계가 불분명한 강서구 화곡동 구도심 내에서 까치산 지구대는 하나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구대 앞으로는 빌라가 즐비해 있었으며 좌우로는 술집,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펼쳐져 있었다.
까치산지구대에는 출동 대기 중인 순찰차 여러대가 주차돼 있었다. 까치산지구대 1팀장 황우식 경감은 “그래도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 사건이 많진 않다”고 말하며 웃었지만 당직 경찰관들의 모습에선 몸에 밴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강서43호 순찰차를 담당한 송민영 경위와 정재훈 순경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송 경위는 “43호차가 근처 유흥가를 담당하기 때문에 저희 지구대에서 가장 바쁘다”고 설명했다.
순찰차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무전이 들려왔다. 경미한 교통사고 건이었다.
신고자는 “택시가 천천히 내려오던 중에 팔과 사이드 미러가 살짝 부딪혔다. 이런걸 갖고 드러누울 순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도 훈훈한 분위기에 한숨을 돌렸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음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근 편의점이었다. 주민등록증 검사를 이유로 아르바이트생과 술에 취한 손님 2명간의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민증을 주지 않고 영업을 방해해 신고했다”고 했다. 손님은 “내가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닌데 공격적인 말투로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 알바생의 태도에 화가났다”고 했다. 두 경찰은 갈등을 능숙하게 중재하며 손님을 돌려보냈다.
■경찰에도 주먹‥난감한 취객들
자정에 가까운 밤 11시 40분, 다시 한번 무전이 울렸다. 주취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기사의 신고였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손님이 택시비가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택시비 납부를 거부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손님 이씨는 운전면허와 신용카드를 착각할 정도로 인사불성이었다. 경찰은 주변에 있던 가족을 불러 이씨를 데려가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가족을 본 이씨가 “경찰이 이것 때문에 가족을 불렀냐?”며 송 경위의 멱살을 붙잡으며 상황은 급변했다. 이씨는 이후 택시 안에서도 주먹으로 송 경위의 안면을 가격했다. 결국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씨는 강서경찰서 형사계로 이송됐다.
이씨의 부인은 체포된 남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몸싸움 과정에서 뜯어진 흉장을 바라보며 송 경위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몸싸움이 있을 때마다 항상 멱살을 잡힌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지구대의 전화는 멈추지 않았다. 또 한번 주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김두형 경위는 “술을 마신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다”라면서도 “우리도 가족이 있는데 (주취자에게)맞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paga@fnnews.com 박광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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