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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4번 강조 윤석열, 정치중립·공정경쟁 방점…기업 수사 세질듯

'국민' 24번 강조 윤석열, 정치중립·공정경쟁 방점…기업 수사 세질듯
윤석열 검찰총장. 2019.7.2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의 취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민'이었다.

윤 총장은 25일 A4 6쪽 분량(표지 제외) 취임사에서 국민을 24번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형사 법집행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방점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에 찍혔다. 이 역시 '국민을 위한' 헌법정신 수호가 그 바탕이 됐다. '헌법'은 취임사에서 총 11번 나왔다.

이같은 취임사엔 윤 총장의 검사인생과 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대검 측 설명이다.

앞서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검찰의 비전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제시했다.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형사 법집행'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고 했다.

따라서 형사 법집행 권한은 사익이나 특정세력이 아닌 국민만을 위해 쓰여야 하고, 이렇게 권한을 행사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정치적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윤석열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인할 기준이 될 사건으로는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과 서울남부지검이 맡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고소고발 사건, 서훈 국가정보원장 및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고발 사건이 꼽힌다.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을 검찰이 지켜야 할 우선적 가치로 꼽은 것도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기 위해서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경쟁 파괴범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 기업 관련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은 "정치경제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윤 총장 생각에 영향을 끼친 학자로는 미국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자유주의 대표 사상가 루드비히 폰 미제스가 있다.

윤 총장은 시장경제의 성공조건인 '공정경쟁'이란 룰이 깨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는 만큼 "룰을 위반하는 반칙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는 신념이 강하다고 한다.

이같은 기조는 그간 윤 총장이 맡아온 대형 경제사건 수사에서도 유지됐다. 2003년 16대 대선 불법대선자금 수사, 2013년 18대 대선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수사에서다.

경제적 강자의 반칙과 농단엔 강력 대응하되, 중소기업의 사소한 불법까지 수사권을 발동할지 여부는 '비례와 균형' 관점에서 헌법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라고 대검 측은 설명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취임식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바람'을 빌려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완수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윤 총장은 "검찰권도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고쳐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권한 행사를 잘해야 하는지 헌법정신에 비춰 깊이 고민하겠다"고만 했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저항할 생각이 없다'고 했으나, 세부 쟁점을 두고는 '국민'과 '헌법정신'을 들어 검찰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