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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복합위기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마라

경제·외교·안보서 동시다발
8·15 전 현실적 해법 기대

첩첩산중이다. 일본과 싸우기도 벅찬 판에 미국까지 태클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꼭 집어 말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전 토론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국내 실물경기 악화와 겹쳐 복합적인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 전 장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경제사령탑을 맡아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그의 경고를 귓등으로 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윤 전 장관의 말대로 실물경제는 많이 망가졌다. 올해 성장률은 추경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 자칫 1%대로 떨어지게 생겼다. 수출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1~4월 6.9%). 고용은 지지부진하고 자영업자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반도체 시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서 보듯 곤두박질쳤다. 이 마당에 자동차 노조는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외교·안보는 어떤가.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최악의 수렁에 빠졌다. 아베 신조 총리는 다음달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보복카드로는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이 거론된다. 과거에도 두 나라가 서로 얼굴을 붉힌 일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면충돌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미국 CNBC방송은 양국이 '루즈루즈(Lose-Lose)'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탄도미사일을 쏜 북한은 대놓고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어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무색하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간에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러시아는 독도 영공에 자국 비행기를 보내놓고는 "침범하지 않았다"고 우긴다. 우리 정부는 똑 부러지게 항의도 못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 상황을 두고 한 세기 전 대한제국 말기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국력이 그때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힘이 세진 것은 주변 열강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현 위기는 경제·외교·안보가 겹친 복합위기다. 늦어도 8·15 광복절 전에 냉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