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신고받은지 7개월만에
인터넷 댓글 '광고' 여부가 쟁점.. 대표·소속강사 등은 형사재판중
'삽자루' 우형철씨가 이투스교육 측의 경쟁사 강사에 대한 '비방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우형철씨 유튜브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 댓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입시교육업체 '이투스교육(이투스)'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다만 관련 논란이 수년전부터 불거진 데다 신고를 접수받은 지 수개월이 지나 조사에 착수해 늑장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클린인강협의회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이투스를 신고한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클린인강협의회는 유명 수학강사 우형철씨(별칭 삽자루)가 동료 강사들과 함께 입시 학원가의 불법 마케팅 실태를 고발하고, 근절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공정위 측은 "현재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사건 검토가 완료 되는대로 법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시광고법' 적용 여부 쟁점
클린인강협의회는 이투스가 소속 강사들을 광고하기 위해 수험생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거짓 내용의 댓글을 게시하는 수법으로 홍보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수강생들이 강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인 강의를 듣지 않고도 이를 들은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다. 또 경쟁사 소속 강사들에 대해서는 수 년 간 비방·허위 댓글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한 것으로서 표시광고법에 저촉된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인터넷 댓글행위도 광고로 볼 수 있는 지 여부다. 표시광고법상 댓글행위를 광고로 보는 명확한 규정이 없을 뿐더러 댓글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한 선례도 없다. 다만 소비자인 수험생들을 상대로 한 댓글이라는 점이 입증된다면 비방 댓글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인터넷 광고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석근배 변호사는 "댓글 행위에 대해 표시광고법을 적용해 처벌한 선례는 없지만, 거래조건이나 상품내용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목적으로 댓글을 작성했다면 표시광고법에 적용될 수 있다"며 "블로그에 바이럴 마케팅 방식으로 거짓 후기를 올렸다가 표시광고법으로 처벌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인강협의회 측은 올해 1월 공정위에 이투스의 댓글 조작 사건을 신고했지만, 수 개월째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형철씨는 "공정위에 신고한 뒤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으나 공정위 측은 '원래 조사가 늦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3차례나 국민신문고에 조사 촉구를 요청한 끝에 공정위로부터 추가 자료를 요청받았고, 이를 전달한 뒤 지난 17일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댓글을 광고로 보느냐에 대한 선례가 없어 추가검토를 해봐야 할 문제 같다"며 "현재 조사 중인 상황이라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투스 대표 등은 형사재판 中
앞서 김형중 이투스 대표와 스타강사 백인덕·백호(본명 백인성) 형제 등은 업무방해·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등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바이럴마케팅업체를 통해 일간베스트(일베) 등에 비방댓글을 게시하는 수법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쟁사인 메가스터디·스카이에듀·디지털대성의 업무를 방해하고, 소속 강사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를 받는다.
우형철씨는 클린인강협의회 활동을 해오던 중 당시 소속사였던 이투스의 '불법 댓글조작' 행위를 알게 됐고, 이를 문제 삼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이투스는 무단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해 우씨는 결국 '이투스에 75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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