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중국 장쑤성 난통시의 한 방직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AP뉴시스
경기둔화와 무역전쟁 여파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이 운전 자금을 구하지 못해 차용증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출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마저 대출을 피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미 중국 업계에서는 차용증이 화폐처럼 쓰이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발행된 차용증 규모가 2110억달러(약 256조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차용증은 말 그대로 금전 대차 관계를 적은 종이로 부채를 입증하는 자료지만 어음이나 수표처럼 법적으로 집행력을 지닌 문서는 아니다. NYT는 중국 기업들이 돈이 급할 때 받아놓은 차용증을 액면가액에서 일정비율 깎아 사고팔고 있다며 종이조각을 마치 진짜 채권처럼 주고받는다고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인 폴슨연구소의 디니 맥마흔 조사연구원은 "기업들이 종이뭉치를 쥐고 있다"며 "경기 하강국면에 이러한 사례가 확산된다는 점은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차용증에 매달리는 이유는 시장에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은 이미 지난 2016년부터 '그림자금융'이라고 불리는 비은행권 대출 및 중개 행위를 강력히 단속해 민간기업의 자금줄을 죄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악성채권을 줄이기 위해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며 이 와중에 경기 둔화와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다. 이러한 차용증 경제는 중국 당국의 집중 단속 대상인 부동산 업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NYT는 차용증으로 돌아가는 현 상황이 훗날 고스란히 기업들의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약 20년 전 기업들의 차용증 남발로 줄도산이 발생하자 시장에 개입해 강제적으로 막대한 빚을 탕감했다. 당시 차용증 규모는 현재가치로 약 860억달러로 추산되며 현재 차용증 규모는 이에 2배가 넘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