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여성안전 소통간담회'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송병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여성단체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진정 선진화 된 나라다. 신속한 검거를 위한 제도 개선과 예방 활동을 통해 여성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
서울 경찰이 급증하는 여성 1인가구 안전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여성 사건 대응의 신속성을 기하고, 피해자에게 대응 상황을 공지해 체감안전도를 높일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치안을 구현해 후속 조치에서 사전 예방으로 치안활동의 패러다임도 바꾼다.
■인수인계 제도화로 '신속 대응'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강남·관악·서대문서 등 3개 경찰서에서 '신속·민감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보완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여성 안전 종합치안대책'의 일환으로 구축됐다.
지난 5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조치 미흡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1인가구 여성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점도 시스템이 마련된 배경이다.
송병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최근 강력사건보다도 여성 대상의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여성 1인가구의 불안감이 늘고 있다"며 "여성은 결국 사회적 약자로, 치안이 이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그간 경찰 내부에서는 팀이나 부서 간 사건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수사 지연이나 조치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경찰은 사건이 신고되면 접수 단계부터 인계까지 모든 과정을 일원화하고, 상황 공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경찰은 우선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사건 처리 체계를 확립한다는 입장이다.
근무교대 시 주요 사건이나 조치사항의 인수인계 시간을 일정 시간 이상 제도화해 팀 전체가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사건 모니터링도 강화해 112상황실을 컨트롤 타워로 활용하고 신고처리 단계별로 반복적인 확인도 거친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의 빠른 불안감 해소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장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형사과나 여성청소년과 등 해당 수사기능에 당일 사건을 인계하고, 증거자료 확보 등 초동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피해자에게는 사건 진행 경과를 즉시 안내해 민원 응대도 강화토록 했다.
송 부장은 "휴무나 비번일 때는 사건을 접어 두는 습관을 없애고, '자기 사건'이라는 개념을 고쳐 피해자의 불안감을 빨리 해소시키려는 목적의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은 '신속·민감 대응 시스템'을 시범운영한 뒤, 반응 및 보완사항을 점검하고 경찰청 등과 상의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스마트 치안'으로 범죄 예방
서울 경찰은 또 112 신고데이터와 범죄통계 등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치안'을 구현해 사전 예방 체계도 구축한다.
'스마트 치안'을 통해 경찰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연령·성별 인구비율이나 1인가구 주택 현황, 경찰의 신고 통계 등을 복합해 여성 대상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을 파악한다.
이들 지역에 대한 거점순찰 등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송 부장은 "각 지구대가 범죄예측도에 맞춰 거점 순찰활동을 하는 '과학치안'의 일환"이라며 "지구대별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해 순찰 전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밖에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여성단체 등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서울청은 16개 여성단체와 전문기관을 초청해 '여성안전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청장 등이 직접 여성의 불안 요인에 대해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송 부장은 "서울 내에도 다가구 밀집지역 등 지역별 특성이 있다"며 "실정에 맞는 '맞춤형 여선안전 대책'을 지역별로 수립해, 입체적·총체적·적극적으로 여성의 체감안전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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