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지소미아 파기할 이유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연장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소미아는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협정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만료 90일 전, 곧 오는 24일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된다. 한·일 두 나라는 지난 2016년 11월에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한·일 경제보복 갈등 속에 문재인정부는 줄곧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중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파기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등 더 강경하다. 이해찬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하는 한 "지소미아가 과연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는 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역사·경제 갈등과 분리해서 대응하길 바란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안보체제의 틀 안에 있다. 미국은 3년 전 지소미아 체결을 환영했고, 지금도 공개적으로 협정 유지를 지지한다. 지난 8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같은 뜻을 전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20일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지소미아가 파기되지 않도록 기업인들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자칫 한국이 3국 안보공조를 깨려 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만 쾌재를 부를 일이다.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만에 하나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이 같은 기조에 역행한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군사기술력이 우리보다 한발 앞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을 분석할 때 일본에서 받는 정보는 미국 정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자산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역사갈등이나 경제보복에 맞대응용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지소미아만큼은 오로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주길 바란다.